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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2. 2022

마음은 우리의 어디에 있는가?

진화심리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우리를 유전자의 보존을 위한 생존 기계라고 정의했을 때 꽤 놀랐습니다. 유전자의 강력한 힘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과 유사한 비유라 고도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주장에 상당히 공감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도 인간의 사고와 문화도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전달된다고 하더군요. 그것을 밈이라 부르건 또 다른 무엇이라 부르건 유전자의 만이 아니고 또 다른 본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이 다른 생물종과 다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정신세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문화는 이성과 감성의 발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의 정신세계는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도 뇌에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온 듯합니다. 뇌는 신경계의 중추로서 우리의 이성과 감성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뇌과학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자율의지는 없다고도 합니다. 뇌 역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일까요? 사실 막연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때 아무리 멈추려 해도 잘되지 않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또 우리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우리가 잠을 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뇌는 스스로 활동을 하는 것일까요? 프로이트의 말처럼 무의식의 세계가 그 모습을 얼핏 보이는 것일까요? 우리는 생각의 주체이지만 스스로 통제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 듯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있는 사람은 의식의 지배를 받는 것 또한 사실이겠지요.     


사랑을 느낄 때는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흥분과 분노 같은 격심한 감정의 기복이 발생했을 때 심장은 더 빨리 뜁니다. 감동과 슬픔을 느낄 때는 심장이 저리거나 아파오기도 합니다. 감각기관에서 느끼는 감각은 뇌에서 종합될 텐데 왜 심장에 변화가 느껴지는 것일까요? 아마도 심장 박동을 빨리해서 이어질 행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이겠지요. 또한 심장의 움직임을 위축시켜 감정을 진정시키려는 듯도 합니다. 뇌는 신경계의 중추로서 심장, 위, 근육 등 모든 신체 부분과 연결되어 있지만 심장과의 관계는 좀 더 특별한 듯합니다. 심장은 생명의 상징입니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은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신경 현상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의 신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생각과 감정이 굴절될 수도 있고요. 인간은 육체와 정신이 혼합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육체의 상징으로서 심장은 정신의 상징으로서 뇌와 서로 밀접하게 연동하며 인간을 본질을 구성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을 말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편하다고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가슴을 어루만지기도 합니다. 석가께서는 모든 것이 마음에서 만들어진다고도 하셨습니다. 마음은 정신과 다른 것일까요? 생각해보니 정신이 이성적 측면을 강조한 단어라면 마음은 감성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말로 이해됩니다. 마음은 우리의 감각과 조금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한 느낌도 듭니다.     


마음은 우리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한자로 마음 심이나 영어의 하트와 같이 심장에 있는 것일까요? 전쟁이 많았던 고대에 이미 사람들은 심장에 다른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이후 히포크라테스 같은 의학자들도 그렇다고 인정했을 것이고요. 그럼에도 오랫동안 그리고 현재에도 마음을 표시할 때는 심장을 가리키거나 하트를 그리기도 합니다. 빨간 하트를 보면 살아있는 사람의 생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뜨거운 마음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트는 사랑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하트는 마음 중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소중한 감정인 사랑의 상징인 듯합니다.      


정신이 냉철한 이성이라면 마음은 따뜻한 감성일 듯합니다. 그래서 정신은 뇌에 있고 마음은 심장에 있는 것 아닐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듯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문화적 존재로 인식하는 한 방법일 듯도 하고요.     


벤치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가을을 느끼러 일어섭니다. 낙상홍은 마치 가을의 하트처럼 빨갛게 익어가네요. 그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껴봅니다. 이제 붉어지는 미국 낙상홍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파란 가을 하늘에서 한가롭게 흔들거립니다. 서늘한 아침 공기는 진한 잎새 사이의 열매를 더욱 빨갛게 만드는군요. 붉게 붉게 익어가는 낙상홍 열매에서는 뜨거운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긴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있는 낙상홍은 마치 이 가을의 붉은 마음을 보는 듯합니다. 산들바람에 반짝이는 모습이 그저 탐스럽기만 하네요. 그 마음도 빛이 나는 것이겠죠?     


뜨거운 커피를 마시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달콤한 노래도 한곡 들어봅니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미소년 케루비노는 뛰는 가슴을 어쩔 줄 몰라하며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시나요(Voi che sapete)'를 부릅니다. 백작부인을 향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군요. 오늘은 소프라노 파트리치아 야네치코바의 목소리로 들어봅니다. 아리아도 그녀의 목소리도 정말 달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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