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피어있는 매화에 아침 햇살이 밝게 비쳐옵니다. 눈이 부신 듯 살짝 고개를 숙이는 매화에게서는 작은 미소가 피어납니다. 매화의 꽃은 화사하면서도 요란하지 않고, 향기는 은은하지만 멀리 가는 듯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일까요?
어느 꽃은 즐거움을 감추지 않고 활짝 웃기도 하고, 어떤 꽃봉오리는 입을 가리고 다소곳이 미소 짓는 듯합니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깨어나는 매화의 여러 모습은 다들 그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네요. 꽃들을 바라보는 산책자의 마음에도 꽃이 피어나는 듯 즐거워지는군요
산책 중에 바라보는 자연은 신기합니다. 나무는 스스로 알아서 봄을 느끼며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납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은 열매가 되고 잎은 낙엽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쉬어가는 듯하지만 또한 새로운 봄을 준비하더군요.
그런데 한 나무의 꽃들도 조금씩 다른 모습입니다. 어느 가지에 핀 꽃은 크고 화려하고 어떤 가지 안쪽의 꽃은 작고 향기가 덜하기도 합니다. 어느 꽃은 빨리 피기도 하고 늦게 피기도 하고요. 또한 꽃들이 모두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네요. 꽃이 바람에 일찍 떨어지기도 하고 웬일인지 벌들이 날아오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겠죠.
열매도 각양각색입니다. 햇살을 받으며 커가다가 벌레가 먹기도 합니다. 세찬 비와 태풍에는 크기도 전에 떨어지기도 하고요. 잘 익은 열매는 새들이 좋아할 듯합니다. 그래서 어느 열매는 일찍이 멀리 날아가고 어떤 열매는 늦게까지 가지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땅에 떨어진다면서 경쟁이 심할 듯하네요.
이제 땅에 내려온 열매 안의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지요. 흙 속의 영양분을 섭취하며 따스한 햇빛과 빗물 속에 자라 갈 것입니다. 비옥한 땅에 떨어졌다면 그곳에서 무럭무럭 커가게 되겠지요. 아마도 또 다른 종의 여러 씨앗과 경쟁도 하면서요. 그런데 바위틈의 어느 새순은 햇빛을 받으려 구불구불 올라오기도 하네요.
한 나무의 서로 다른 가지에 핀 꽃과 열매만이 아니고 같은 종의 다른 나무도 살아가는 모습이 각각 다릅니다. 어느 나무는 키가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합니다. 어떤 나무는 꽃도 많이 피고 열매도 크지만 다른 나무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웬일인지 크기도 전에 말라버리기도 하더군요. 아마도 살아가는 환경 때문이기도 하고 또 유전자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환경이 많이 달라지면 같은 종이 아종이 되거나 아예 새로운 종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같은 종의 식물에서도 크기와 형태가 다른 수많은 모습을 볼 수가 있군요.
어느 나무의 구부러진 가지에도 꽃은 피고 열매도 맺어갑니다. 그저 식물의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산책자에게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모습에는 각각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는 듯하고요. 하얀 눈을 맞고 있는 한 겨울의 붉은 열매는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약간 성스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의 식물들이 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각각의 종들은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수많은 식물들이 어울리며 아름다운 자연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한 종의 공통된 특성만이 아니고 각 개채의 개성이 담긴 여러 모습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자연은 더욱 화려 해지는 듯합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겠지만 우리를 구성하는 유전자는 훨씬 더 다양할 듯합니다. 그래서 각자는 더욱 뚜렷한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을 듯도 하고요. 그렇다면 각각의 형태와 색깔을 뽐내는 자연을 바라보듯 우리도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화창한 봄날 아침에 맑은 미소로 피어나는 매화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음악도 듣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마음처럼 음악도 정말 다양하네요. 오늘은 브람스의 교향곡 4번 1악장이 편안하게 다가오는데 뭔가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생기와 활기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