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윈드 Oct 22. 2022

생명의 시간에 대한 짧은 생각

생명을 가진 생명체를 생물이라 합니다. 생물은 크게 동물계, 식물계, 균계, 원생생물계, 원핵생물계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식물계에는 약 35만 종의 식물이 있고 동물계에는 이름이 알려진 것만도 150만여 종이 된다고 합니다. 전체 생물의 종은 1,500만여 종이라고도 합니다. 세상에는 엄청난 생물종이 존재하는군요. 각 종의 개체 수의 합은 또한 어마어마할 듯합니다. 또한 생명의 탄생 이후 누적된 숫자는 상상할 수 없이 많을 듯도 합니다.      


우리 인간이 포함된 동물계의 생명의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그들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번식을 하고 소멸되어 갑니다. 매일 새롭게 생장하던 세포가 시간에 따라 노화되고, 그 세포로 구성된 기관들이 어느 순간에 정지되는 것이겠지요. 그 한 개체의 생명의 시간을 우리는 수명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그 수명은 종에 따라 다양합니다. 하루살이에게는 하루라는 시간이 허용되어 있고 어떤 종의 거북이는 몇백 년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은 백세를 넘어 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최상의 조건에서 가능한 최대치 일 것입니다.      


같은 종이라고 해도 주어진 형질의 차이에 따라 허용된 수명을 달라질 것입니다. 생명의 생존 조건인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른 차이는 물론이고요. 그런데 같은 종 내의 개별적 차이와 자연재해에 따른 생존 조건의 차이와는 별도로 그들에게는 또 다른 위협이 있습니다. 동물들에게는 먹이사슬이 있습니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식물과는 달리 동물들은 외부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죠. 동물계의 종이 분화되는 본래의 원리였을 듯도 합니다.  하지만 불가항력의 먹이사슬 안에서도 어떤 개체는 상위 포식자의 공격에서 살아남기도 합니다. 일반화시킬 수 없는 운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복잡한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따라 각 개체의 생명의 시간도 달라질 것입니다.      


인간은 도구를 발달시키며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인간밖에 없는 듯합니다. 생물과 무생물을 왔다 갔다 하는 바이러스도 큰 위험이긴 하지만요. 병원균을 제외하고는, 인간과 함께 진화한 욕망의 충돌 그리고 그러한 욕망이 만들어낸 문명의 부작용이 가장 큰 위협인 듯합니다.


생물의 DNA는 생명의 한계를 알기에 번식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려 합니다. 그런데 동물들의 짝짓기는 때로는 일차적인 욕망인 생존보다 더 강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윈도 자연선택과 함께 성선택을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본능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된 욕망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짝짓기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인간의 욕망의 진화는 생존과 번식을 넘어섭니다. 인간의 욕망은 너무도 다양하고 복잡해서 단순하게 정의를 내리거나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듯합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기도 하고요. 어쩌면 번식은 생명이 가진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번식을 통해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겠지만 한 개체는 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환경을 넘어 문명을 일으켜온 인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채집과 수렵을 벗어나 농경과 유목을 시작한 후 현대 문명을 자랑하는 인간이지만 그가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어떤 사람은 어렸을 때 사망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백세 넘게 살기도 합니다. 세상에 수많은 위험이 있음에도 평균수명이 팔십이 넘은 것은 놀랍기만 합니다. 하지만 평균 나이는 숫자로서의 평균값일 뿐이지요.


그런데 한 개인은 소멸해도 집단으로서의 인류는 계속해서 살아갑니다. 동굴에서 살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모여서 살아온 인간의 역사는 집단의 역사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한 인간은 한 세계가 아닐까요? 그가 없으면 그가 인식하는 세계도 없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전체 세계는 존재하며 또 비슷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체 세계가 각 개인의 세계로 구성된 것이라면, 또 다른 각각의 세계가 남아있을 뿐이겠지요.     


평균수명과는 상관없이 각 개인의 생명의 시간은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자랑스러워하거나 억울해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자연의 법칙이란 정교하지만 우연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가 그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요?     


오랜 시간 속에서 매년 새롭게 싹이 돋고 꽃봉오리를 맺어가는 매자를 바라봅니다. 엊그제 본 작은 꽃봉오리에는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하고 잎에는 빗방울을 담고 있더군요.      


     

오늘은 아침 햇살을 가득 받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작년에 보았던 그 잎새, 그 꽃봉오리가 아니지만 비슷한 모습인 것은 분명합니다. 화사한 햇살을 받고 바람도 맞으며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여러 가지 색깔이 어우러진 잎과 점점 벌어지려는 꽃봉오리의 붉은 색감이 보송보송한 느낌입니다.     


    

매자 스스로는 아는지 모르지만 산책자에게는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그녀도 알기에 이렇게 고운 색깔로 진화되어 왔겠지요? 어쨌든 그녀가 유혹하는 것은 벌과 나비만이 아니네요. 아무튼 점점 부풀어 오르는 꽃봉오리는 금방이라도 활짝 피어날 듯합니다. 화사한 햇빛과 부드러운 봄바람이 계속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파란 하늘은 무한한 느낌이 듭니다. 먼 하늘에서 산들 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의 느낌도 좋군요. 바람 속에는 하얀 목련의 맑은 향기도 담겨있는 듯합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피어나는 꽃들을 보니 모든 게 자연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감각하는 세계가 전부 일지도 모르고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요한 슈트라우스 봄의 소리 왈츠를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로 들어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음악도 아름답네요. 이제 매자와 함께 여러 꽃들이 연달아 피어나는 봄은 더욱 화려해질 것입니다. 봄을 찬미하는 우리들의 노랫소리도 더욱 커질 것이고요. 진한 에스프레소도 한잔 마셔야겠습니다. 


이전 24화 우리의 봄날은 언제일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