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것을 보니 계절이 바뀌는 듯합니다. 이제 봄날은 가는 것일까요? 계절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독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할까요?
봄이 되면 한 겨울에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며 새로운 생명이 깨어납니다. 하나 둘 피어나던 매화는 어느덧 나뭇가지마다 가득 해지며 흐드러진 미소를 보여줍니다. 껍질이 단단한 고목에서는 고매가 피어나고요. 날씨가 따뜻해지며 꽃들이 점점 피어나고 세상은 여러 가지 색깔과 향기로 더욱 화사해집니다. 마른 대지에서는 봄비를 맞으며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의 연두색 새순은 부드러운 호흡이 빨라지며 초록이 짙어갑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꽃밭에서 흘러가는 흰구름을 바라보면 마치 꿈을 꾸는 듯도 합니다.
꽃이 피고 새순이 돋고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은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입니다. 각 계절은 계절마다 특징이 있지만 봄은 화사한 시작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봄은 참 좋은 계절입니다.
봄날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좋은 시절이 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계절이 변하는 것을 느끼며 인생의 좋은 시절을 투영해 보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어려운 시절을 혹한기라고도 하고 좋은 시절은 봄날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어떤 순간들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하네요. 정말 인생의 봄날은 언제일까요?
계절은 지구가 기울어져 공전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껴보는 것은 행운 같기도 합니다. 따뜻한 봄이 가면 뜨거운 여름이 오고 다시 선선한 가을이 된 후 추운 겨울로 변해가는 계절을 겪어보는 것은 멋진 일이거든요. 화사하게 피어나던 꽃이 열매가 되어 익어가고 한 겨울의 눈을 맞고 있는 모습에서는 자연의 지혜도 배우게 됩니다. 봄은 봄대로 좋고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또한 그 나름대로 좋네요. 문득 생각해 보니 이 땅의 대척점이 있는 남아메리카나 남반구는 지금이 가을이 끝나가는 계절이겠군요. 지구는 생각보다 크네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르고 계절 또한 빨리 변해갑니다. 이 시간에도 우리 은하를 따라 돌고 있을 태양계의 모습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태양은 시속 792,000킬로미터 정도의 맹렬한 속도로 움직이고 행성들은 태양을 따라 회오리처럼 공전하며 은하를 돌고 있습니다. 우리 지구도 그렇고요. 어쩌면 계절은 돌고 돌아 순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합니다. 이렇게 빨리 돌고 있는데 계절이 빨리 변해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봄은 시작하는 계절만이 아니네요. 초봄에 꽃이 피던 앵두는 늦은 봄이 되니 벌써 빨갛게 익어갑니다. 그녀에게 봄은 봄으로 완결된 시간인 듯합니다. 물론 초록의 나무는 점점 커가겠지만요.
봄날은 갑니다. 하지만 어디로 가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고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또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겠지요. 어쩌면 인생의 봄날은 우리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그 시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년이 지나면 소년이 되고, 소년은 자라서 청년이 되고, 청년은 다시 중년이 됩니다. 또한 노년이 찾아오겠지요.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절은 모두 그 자신의 삶이고 또 희미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의 삶은 오롯이 그의 삶이기 때문에 그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모두가 봄날일 듯합니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부풀어 오릅니다. 계절은 흐르지만 멋진 기억과 함께 새로운 시간에 대한 기대가 함께하기 때문이겠지요. 초록의 산딸나무 밑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2악장을 들어봅니다. 느긋하게 흘러가던 흰 구름은 흩어지고 클라리넷과 오보에 그리고 첼로의 선율이 바람과 함께 흐르네요. 우리가 숨을 쉬는 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희망은 희망대로 우리 안에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