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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2. 2022

지구와 인간을 생각해 보다.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지구의 주인일까요? 어쩌면 바보 같은 질문일 수 있겠습니다. 지구에는 1,500만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생태계를 이루어 함께 살아간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지구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물 종의 역할이 가장 클까요?     


2008년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는 지구 생태계에 중요한 다섯 생물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5위는 영장류라고 하네요. 그들은 밀림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씨앗을 퍼뜨리고, 나무를 꺾어 햇빛도 들게 하여 밀림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4위는 세균류입니다. 그들에 의해 생물은 분해되어 순환하게 됩니다. 그들이 없다면 낙엽뿐만이 아니라 죽은 것들은 모두 쌓여가게 되겠지요.      


3위는 의외로 박쥐라고 합니다. 하루 3천 마리 정도의 벌레를 잡아먹는 그들의 역할은 크다고 합니다. 벌레들이 과잉 증식하게 되면 농작물뿐 아니라 식물들도 감소하게 되겠지요. 또한 밤에만 꽃이 피는 열대과일의 유일한 수분 매개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입장에서도 박쥐는 중요하네요. 박쥐가 사라진다면 그들에게 살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한 180종 정도의 바이러스들이 새로운 숙주를 찾아 나설 텐데, 아마도 인간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2위는 플랑크톤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먹이사슬의 최하층에서 바다 생태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특히 식물성 플랑크톤은 지구 산소의 절반 정도를 생산한다고 하니 정말 중요하네요. 1위는 예상했던 대로 꿀벌이라고 합니다. 꿀벌이 없다면 꿀벌을 매개로 하는 식물이 사라질 것이고 결국 지구는 사막화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이 먹는 100여 종의 식물 가운데 70%를 번식시키는 매개자라고 합니다. 역시 인간에게도 꿀벌은 중요하군요.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자연 생태계를 위한 인간의 역할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것도 같고요.     


문명 이전의 인류는 자연계의 일부로 살아가며 자연 생태계의 순환 속에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문명을 일구며 자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부터는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였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의 양을 늘려가며 지구의 온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의 협의체인 IPCC(Intergovermental Panal on Climate Change)의 자료에 의하면, 산업화 이후 지구의 급격한 온도 상승은 자연 상태의 변화가 아니고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후는 어느 선을 넘으면 회복할 수 없다고 하는군요. 아마도 탄성의 한계를 넘으면 복원되지 못하는 듯합니다.     


인간은 지구 에너지의 엄청난 소비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등 문명의 폐기물은 자연의 순환에 장해가 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지구에서 인간은 물론이고 다른 생물들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생물의 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5억 4천만 년 전의 캄브리아기 이후 그동안 지구상에는 다섯 번 정도의 대랑 멸종이 있었다고 합니다. 작은 멸종도 20회 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런 멸종 이후에도 생물의 종수는 증가해 왔습니다. 그렇게 급격하게 환경이 변화될 때마다 생물은 멸종을 했고, 겨우 살아남은 종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고 또 종의 수를 늘려왔군요. 생명이란 대단합니다.       


이러한 대랑 멸종의 이유는 아마도 지구의 상태 변화에 따라 생물의 생존환경도 변화했기 때문이겠지요. 지구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하고 화산활동과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꾸준히 연구해 원인을 찾아내고는 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은가 봅니다. 지금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1만 년 정도가 지난 시기라고 합니다. 빙하기가 완전히 끝난 것인지 아니면 다음 빙하기까지의 간빙기인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지구 상태의 변화와 거대한 우주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인 듯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 자연환경의 부정적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인간이 지구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 같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커져가는 것이 진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멸을 피하기 위한 인간의 지혜도 같이 진화했으니 믿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지구상의 여러 생물 중에서 유일하게 분석하고, 판단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이제 스스로 만들어낸 기후의 변화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려는가 봅니다. 그리고 지구로 향하는 수많은 소행성을 관측하고 위험이 예상될 시 요격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구와 인간은 희망적이네요.      


우주의 변화는 불확실합니다. 신화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코스모스는 다시 카오스 상태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태양계에도 가끔은 혜성이 끼어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50억 년 후에는,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핵융합에 필요한 수소가 고갈되어 적색거성을 거처 마침내 백색왜성이 되어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의 생명체도 모두 사라지고 지구는 차가운 별이 되겠지요. 하지만 그 시간은 너무도 먼 훗날의 일입니다. 그때까지는 이 푸른 지구에서 수많은 생물들이 활발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이런 생각을 해보며 흐린 하늘 아래의 꽃과 열매를 다시 봅니다. 울타리를 타고 구불구불 올라가던 애기 나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흐린 하늘을 바라보는 하얀 꽃에는 어떤 희망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비를 맞아도 햇살이 나와도 꽃은 피어납니다. 이제 꿀벌들이 다녀가면 꽃은 씨앗이 되겠지요. 그리고 잘 영근 씨앗은 어디론가 계속해서 퍼져나갈 것입니다.      


초록의 잎 사이마다 붉게 익어가는 낙상홍이 아름답습니다. 초록 잎은 짙어지다 못해 조금씩 노란 색감이 번지는 듯한데, 햇빛을 가득 담은 듯한 열매는 점점 빨간 색깔이 진해지고 있습니다. 어두운 밤에도 낙상홍 열매는 붉게 익어갑니다. 아마도 익어가는 데에는 밤낮이 없는 듯합니다.

       

     

비도 맞고 햇빛도 받으며 잘 익어가는 열매는 언젠가는 땅으로 돌아가겠지요. 새의 도움을 받아 어디론가 멀리 날아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는 새로운 싹이 트고, 새로운 꽃이 피고 또 새로운 열매가 익어갈 듯합니다. 그리고 자연환경이 허용하는 한 그러한 순환은 계속되겠지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9번 4악장을 들어봅니다. 백발의 지휘자의 느린 지휘를 보며 다들 숨을 죽이고 듣던 어느 콘서트가 생각납니다. 공연이 끝나자 울던 어느 친구는 자주 듣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었지요. 엔딩 부분의 현의 멜로디는 희미해지며 흐느끼는 듯도 합니다. 그런데 끊어질 듯 이어지는 비올라의 떨림에 점점 숨이 막혀옵니다. 연주가 끝나니 오히려 마음이 개운해지며 모든 것은 그저 그렇게 흘러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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