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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1. 2022

다시 느껴보는 꽃의 향기

빗방울이 몇 방울 톡톡 떨어지는 어느 여름날의 아침이 상쾌합니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땅은 촉촉이 젖어있고 바람도 산들 하게 불어옵니다. 여름인가 싶은 시원한 날씨인데 매미 소리는 우렁차네요. 빗물에 세수를 한 듯 말간 옥잠화의 하얀 꽃봉오리가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이제 곧 활짝 피어나며 맑은 향기를 가득 날리겠네요.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꽃들은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꽃들은 각자의 향기도 있습니다. 어떤 꽃은 미미한 향기가 나기도 하고 어떤 꽃은 진한 향기를 날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꽃들은 모양과 색깔 그리고 향기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려는 듯하지만 산책자에게도 강렬한 느낌입니다. 지난봄과 여름의 몇몇 꽃들을 다시 보며 기억에 남아있는 향기를 떠올려봅니다.     


하얗게 피어나는 찔레꽃의 향기는 꽤나 강합니다. 스쳐 지나가면 향긋하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뭔가 톡 쏘는 진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면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 향기는 멀리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잔잔하게 퍼져가는 그 향기에 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것일까요?



뭔가 묵직하면서도 낮게 퍼지는 듯한 때죽나무 꽃 향기도 생각납니다. 가지마다 가득 피어있는 나무 아래에 서면 베이지 색깔의 달콤한 향기가 한가득 내려옵니다. 마치 바리톤의 목소리를 듣는 듯도 합니다. 그만큼 중후한 느낌이랄까요?     


빨갛게 피어있는 장미의 향기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생각보다 쉽게 향기를 날리지는 않는 듯합니다. 가까이 얼굴을 마주 보아야 진하면서도 향긋한 특유의 향기를 느끼게 해 줍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풀잎 위에 맺혀있는 물방울처럼 신선하면서도 상쾌한 향기를 느끼게도 해주고요. 장미는 붉은 꽃잎 속에 향기를 감추고 단단한 가시로 이방인을 경계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미소로 다가서는 사람에게는 여운이 남는 강렬한 향을 내뿜으며 뜨거운 정열을 느끼게 합니다.      


아주 작은 하얀 꽃들이 송이송이 피어나는 남정목 꽃의 향기는 달콤합니다. 작은 꽃에서 배어 나오는 부드러운 향기에서는 왠지 단맛이 나는 듯합니다. 이런 달달한 향기의 유혹에 꽃보다 몸집이 더 큰 벌들이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옥잠화의 하얀 꽃잎이 부드럽게 벌어지면 맑고 상쾌한 향기가 퍼져 나옵니다. 맑은 미소에서 번져 나오는 향기에는 시원한 향긋함이 배어있습니다. 한줄기 소나기가 쏟아진 후 문득 불어오는 바람은 옥잠화의 신선한 향기를 담고 있어 더욱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맑고 상큼한 향기는 맡아도 맡아도 또 맡고 싶어지기도 하더군요.       


     

작은 나팔 같은 꽃댕강나무의 꽃이 피어나면 낮은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듯합니다. 꽃의 노래는 부드러운 향기와 함께 퍼져나가고요. 너무 진하지도 않고 너무 연하지도 않은 담백한 향기는 뭔가 은근한 매력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조금 흩어지기도 하고 약간 모아지기도 하는 은은한 향기를 살짝살짝 풍겨줍니다.       


꽃잎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박주가리의 꽃은 흰색도 있고 분홍색도 있고 연한 자주색도 있습니다. 그런데 향기는 똑같이 진하네요. 솜털이 가득한 흰 꽃에서 풍겨 나오는 진한 향기는 맑은 물에 떨어진 진한 자줏빛 물감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느낌이랄까요? 깊게 향기를 맡아보면 어찔해지기도 합니다. 흰 꽃의 진한 유혹이라고 해야 할까요?     


화사한 꽃들을 다시 보며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가득 실려오는 여러 가지 꽃향기를 느껴봅니다. 꽃향기가 온몸에 스며들며 여려 가지 향기에 취하게 되는 듯합니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미각마저 즐거워지는군요.      


눈을 감고 잠시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의 도입부를 들어봅니다. 여러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왠지 화사한 꽃들이 가득 피어나는 꽃밭에서 여러 가지 향기가 피어오르는 느낌입니다. 여러 꽃들의 향기가 모여서 작은 바람이 되고 향기로운 바람은 또 삶의 생기처럼 날아오르려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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