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전, 부모가 썼겠거니 하며 들어온 분께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브런치북이 <'나'의 가치관>이라,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제목으로 썼습니다.
저는 자식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자식 자랑을 멈춰주세요.
제가 그 자식 자랑의 피해자라서 그렇습니다.
자식을 너무 사랑해서 자랑할수록,
자식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부모가 좋아할 만한 존재가 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건 자식한테는 짐이 됩니다.
자식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부모님께는 자랑스럽지 않은 방식일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게 자식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존중해야 마땅하잖아요.
부모와 자식은 엄연한 남이니까요. (사전적 의미로,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
내가 만들고 내가 불행하게 만들면 안 되는 거잖아요.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요.
여기까지 쓰면 이 이야기에 대한 두 가지 정도의 반박이 떠오르는데요.
Q1. 자식 없는 데서 자랑하면 되지 않겠냐?
- 자식은 자신이 아닙니다. 자식을 자랑하면서 부모는 우쭐한 상태가 되려고 하는데,
그건 나로 인해 촉발된 것이 아니기에 부모의 자존감을 결국엔 깎아먹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없는 데서도 하면 안됩니다. 부모 자신을 위해서요.
(예1)
A: (시험 잘쳐서)이번에 담임쌤이 우리 OO이 기특하다고~
B: 어머 OO엄마 좋겠다.
A: (우쭐)
[시간이 흐른 후 시험을 못친 OO이]
B: OO엄마 이번엔 어땠어?
A: 이번에도 괜찮게 쳤어~
=> 거짓말. 자존심을 위해 자존감이라는 숲에서 나무를 베는 행위.
또는
A: 이번엔 못쳤어~
B: 다음에 잘 치면 되는거지~!
A: (속으론 비웃고 있겠지)
=> 본인의 경험에 반추, 타인의 말의 진의를 의심하게 됨. 마음이 오갈데 없어짐
(예2)
[모범생이었던 우리 OO이 열심히 뒷바라지해서 서울로 대학가다]
B: OO이 서울간 지 벌써 1년이네~ 요새도 잘해?
A: 응 잘하고 있어~ (1-2주에 한번 연락 정도만 하며 적적한 마음, 그마저도 가끔 자식이 바쁘다고 안 받음)
[시간이 흐른 후]
A: 애도 다 키웠고 연락도 안되고 할 게 없네. 나는 뭘 좋아했더라?
=> 자식을 우선시하다가 자신을 잃은 상태
자식, 배우자 자랑만 하다 보면 결국엔 자신을 잃습니다.
그런데 배우자 자랑보다 해로운 것이 자식 자랑이에요.
부모한테 있어 자식은 배우자보다 애착이 더 강하고 다루기 쉬운 존재니까요.
자랑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2. 자식이 자랑하기를 원할 수도 있지 않느냐?
- 자식을 우쭐하게 키우지 말아주세요. 성격 다 버립니다.
자랑은 기본적으로 타인보다 내 새끼가 잘 나서 하는 말입니다.
자식 앞에서 자랑을 계속하면 은연 중에 아이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인드가 생길 거에요.
자랑 대신 잘한 행동엔 칭찬해주면 됩니다. 칭찬이요.
칭찬이 최고에요. 사실 자랑하는 거 남한테 뽐내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자식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요.
그런데 너무너무 자랑하고 싶으시면 아이는 안 듣게 가족한테만 하세요.
여기서 가족이란 아내, 남편, 어머님, 아버님 정도입니다.
가족이라고 했다고 해서 둘째가 있는 자리에서 첫째 자랑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내 새끼 잘 났다고 외치고 싶으면 머릿속에서 외치세요.
친구와 얘기할 때는 아이 얘기를 되도록 하지 마세요. 자랑이 나오기 참 쉽습니다.
누가 자랑하면 그냥 들어주기만 하세요. 내 새끼의 더 잘난 모먼트 굳이 얘기하지 마세요.
아이는 내 트로피가 아니니까요.
대신에 자신을 자랑해주세요.
엄청 맛있는 요리를 해서 가족들이 너무 잘 먹었다고,
요즘 헬스하면서 근육이 좀 붙었다고 말이에요.
그런 노력이 있어야 자식으로 자존감을 채우는 쉬운 길을 가려는 얄팍한 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에 나는 부모의 속성만 가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나 자신의 트로피가 제일 중요해요.
아이에게는,
남에게 자식을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부모님보다
자식이 남인 것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부모님이 훨씬 좋은 부모님이실 거에요.
그리고 후자의 관계를 형성한 부모님은 자기 자신의 자존감이 전자보다 더 높으실 거에요.
저와 저희 부모님이 겪었던 문제를 누군가는 겪지 않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