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年 中心
회사에서 잘 나가는 영업임원인 곽 상무 이야기다. 그의 40대는 그야말로 하늘을 펄펄 날아다닐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모든 일이 그로부터 시작되고 그가 마침표를 찍을 정도로 회사 업무에 전력을 다했으며 위로부터의 평가도 좋았다. 수영, 스키, 축구, 야구, 클라이밍 그는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가 회사에서 가입한 동호회는 모두 스포츠 클럽뿐이다. 또 그는 영업관계로 만난 다른 회사 사람들과도 주말에는 골프, 테니스, 스킨스쿠버 등 이리저리 바쁘게 지냈다. 물론 운동을 끝내고 나면 가벼운 술자리가 이어지는 ‘애프터’를 더 즐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스트롱 맨’이었다.
그가 요즘 들어 풀이 죽어 산다. 잘 나가던 그의 ‘스포츠 놀이’도 그만뒀다. 어쩌다 거래처 사람들과 필드에 나가는 골프 외에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50 중반에 접어든 그의 나이를 가만 생각해 보니 그야말로 나이 탓인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와 저녁에 소주 한 잔 하기로 했다.
“곽 상무, 내가 보기에 요즘 모든 게 심드렁한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일은 뭐…. 그냥 힘드네요” 그는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 넣는다. 나는 궁금했다. "일 때문이야?" “종합 검진은 계속하고 있지?” “이상 없어요. 당뇨 수치 말고는…” “당뇨가 있다고?” “예전에는 없었잖아. 왜 그렇지?” 운동 열심히 하고 활기에 찼던 그가 당뇨라 ……. 나는 심란했다. 곽 상무가 내게 말한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당뇨가 있기는 한데 그게 저한테 왔나 싶어요. 가족력이겠지요. 뭐” 쿨한 건지 체념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그가 당뇨약을 먹은 지가 5년이 지났다는데 나는 몰랐다. “내 친구는 말이야, 부모님 모두가 당뇨병으로 고생하신다는데 그 친구는 괜찮다는데… ” 위로랍시고 툭 던졌다. 곽 상무 왈 “친구분에게 병원 가셔서 친자검사부터 하라고 하세요” 그리고는 잔을 부딪히며 웃는다. 중년의 쓸쓸함과 허전함이 가을밤에 흩어진다.
그날 곽 상무는 얘기를 많이 했다. 당뇨약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재작년부터 몸무게가 줄기 시작하면서 피로감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갑자기 노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렵단다. 사람마다 환경적인 문제나 유전적인 것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피해 갈 수 없는 중년의 징후들이 곽 상무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노화의 신체적 징조는 보통 40세쯤 되면서부터 확실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노화의 주된 현상은 주름살이 지거나, 흰머리가 나거나 혹은 머리가 빠지는 현상이 있으며 근육이 빠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의료 관련 책자나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발췌해 보면 중년기의 남성의 신체적 변화에 대해서, 쉽게 피로해지고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데에는 예전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적인 증상과 함께 성적인 욕구와 그 기능이 일반적으로 감소하게 되며 피로감이나, 무기력, 불면증, 기억력, 주의력 저하 등으로 자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당뇨병, 종양, 동맥경화증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성욕의 감소나 성기능 감퇴의 시기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감각적인 변화도 있다. 특히 시력은 점차 원시 경향이 나타나고 야간 운전이 어렵게 되고 40세 경부터는 청각이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청각적 예민성은 사라지게 되고 나아가 청각능력의 상실은 소외감을 더욱 자극하게 되어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오며 이로 인해 대인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성과는 대조적으로 남성의 갱년기는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고 한다. 보통 40대에 시작하여 50대, 60대를 지나 어떤 경우는 70대까지도 계속 진행된다. 중년기 남성은 젊은 남성에 비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감소된다. 갱년기 남성의 심리적 특징은 남성다움의 상실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중년 남성들은 우울증, 피로, 성적 무력감, 발기 불능 그리고 뭐라 개념 지을 수 없는 여러 상황들이 있다.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호르몬 변화보다는 신체적 에너지의 감소와 함께 가정 혹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으로 적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복합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건강을 잃고 직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있고, 직장을 잃고 건강을 잃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실직 이후 부지런히 직장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실패하는 사람들은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술을 마시고, 또 체념을 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곽 상무는 지금 그 두려움 앞에 서 있다. 올해 초, “대학은 미대”를 선언한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 딸아이의 학원비가 벌써부터 걱정이란다. “우리 회사는 괜찮죠?” 나를 보고 있는 그의 눈에는 가을밤 그 서늘함이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