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年 中心
가끔 카페에서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급한 보고서나 미팅 등을 하는 경우에 커피를 마시면서 일을 하는데 요즘 커피숍이 아늑하면서도 왠지 푸근하게 느껴집니다. 언제부터인지 많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부방 느낌의 커피숍도 있습니다.
카피스족(族)이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카페를 사무실처럼(café + office) 이용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사람들은 가능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과 내부 인테리어가 잔잔하고 푸근한 느낌의 분위기를 찾는다고 합니다. 일을 하면서도 가정적인 느낌, 아늑함으로 정리되어 있는 커피숍을 찾는 직장인이 많아졌습니다.
혹 누군가로부터 ‘당신은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인다는 것은 분명히 당신이 편해 보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아니면 집안에서 편하게 잘 있다가 세상에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한 얘기입니다만 평화(平和)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단어만큼 우리를 평온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단어는 없을 것입니다. 가정이 평온한 사람은 밖에서도 일이 잘 풀린다고 합니다. 세상 모든 문제의 뿌리가 가정 문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많이 봤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어둠이 밀려오는 빌딩 사이의 모든 차들이 오가고, 집으로 퇴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볼 때 그들이 오늘 누구를 위해 일했는가를 생각한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존재 이유이자 삶의 근원이 가정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가정이 해체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기류,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 우리의 가정 또한 힘든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치솟는 이혼율을 보면 우리 사회의 가정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누군가는 “가정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잃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사람에게 건강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듯이 가정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장소, 베이스캠프일 것입니다.
편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가정에서 살고 있을까요? 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비결이 있습니다.
첫째, 부부의 사랑이 가정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부부의 그러한 모습들은 그대로 자녀들에게 투영될 것입니다. 잘 아는 어느 회사의 임원은 모시고 있는 어머니 앞에서도 부부간 스킨십을 할 정도로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이 사람의 설명은 “우리의 이런 모습이 어머니가 오래 사시는 비결이고, 우리 아이들 역시 이렇게 살 것이다”라고 합니다. 쉽지 않지만 가정에는 이러한 장면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부부가 그 어느 것보다 ‘우선’이라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 이사는 자녀 교육에 참 열심입니다. 고3 딸아이가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을 즈음 그 어느 날, 남편과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아내의 요구를 뿌리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딸아이를 두고 이럴 수 있냐” 부인에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부인과 대판 싸우고 나서는 한동안 서먹한 관계가 지속되었답니다. 다행히 딸아이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부부 사이의 앙금도 풀렸다고 합니다. 자녀의 학업이나 진로 등의 문제로 인해 부부의 세계를 지탱하는 데에 간극이 있어서는 안 되며, 절대로 무엇보다도 부부가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셋째, 격(格)을 지키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어른다움을 갖고 그걸 유지하고 확장하자는 의미입니다. 자녀들은 집에서 본 대로 합니다. 그렇게 성장합니다. 아이에게 버릇없다고 얘기를 하는 건 곧 우리가 아이들의 눈에 그렇게 비쳤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이들이 커 나갈 때 부모의 ‘높이’와 아이들의 ‘높이’를 서로 존중하면서 생활한다면 사회에 나가서도 대인관계 같은 어려운 숙제를 고민할 이유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부부가 먼저 그리고 부모가 자녀들의 ‘높이’에 맞추면 될 일입니다.
넷째, 가정은 편한 곳이어야 합니다만 가끔은 생각지 않게 부부간 조그마한 일로 언짢을 때가 있습니다. 몇 년 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가을날, 친구는 부인과 크게 싸움을 했답니다. 그것도 다 큰 자녀들 보는 앞에서 서로 큰 소리로 “사니” “마니” 하면서 말입니다. 거친 말들이 오가고 끝내 분이 풀리지 않은 친구는 집을 뛰쳐나와 동네 술집에서 연신 쓰디쓴 소주를 목에 부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먹은 술이 어느 회사 브랜드 ‘처음처럼’이었습니다. 테이블에 한 병 두 병 올려지면서 그의 눈에 ‘처음처럼’ 이란 단어가 확 들어왔다고 합니다. 남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었던 연애 시절과 결혼식 때의 다짐이 생각났었다고 합니다. 술이 확 깨는 듯했답니다.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집에 들어오긴 했지만 한참을 쭈빗쭈빗하다 먼저 "미안하다"라고 화해를 청했다고 합니다. 친구는 가끔씩 직원들 집에 소주 한 박스씩 택배로 보내는 이벤트를 하고 있답니다. 브랜드는 당신이 생각하신 그것입니다.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갈등과 다툼 없이 사는 부부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혹 그런 일이 있게 되면 잊고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대’와 만난 첫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