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특별 레시피
#특별 레시피
말랑한 삶의 무게를 등으로 떠받치다 등이 굳어버린 갑오징어의 생명력을 포로 떴습니다 마르면 마를수록 수심의 깊이만큼 딱딱해지더군요
상어에게 물려 오른쪽 다리가 없는 거북의 눈물을 오래도록 끓였습니다 자꾸만 오른쪽으로만 비틀어지던 몸이 균형을 찾았습니다
바다에서도 희번덕거리는 고등어의 푸름을 썰었습니다 바다보다는 이 세상에 더 어울리는 감각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건드리면 몸의 10배는 족히 커지는 가시복 부레의 끈기를 장독에 담아 모래에 묻어두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다시 모래를 파다보면 그 끈기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새벽 바다의 깊은 소리가 나는 소라의 포용력을 다지고 다졌습니다 조금은 단단하게 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니려고요
투명한 수십개의 촉수의 감각으로 온 바다를 유영하던 해파리의 자유를 양념하지 않은 채 끓였습니다 맑은 자유가 증발하여 더 많은 세계로 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수십번 발길질을 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새우다리의 부지런함을 따뜻한 물에 담가두었습니다 밤이면 찬바다에서 붉은색 야광눈으로 충혈되는 새우가 조금 쉬면 좋겠어서요ᅠ
태풍같은 파도일수록 더욱 단단히 붙어 제자리를 지키는 아기 따개비의 억척스러움을 기름에 볶았습니다 그제야 기를 죽이는 빨판의 힘줄을 보고야 마음이 놓였습니다ᅠ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가오리 안지러미의 방향감각만 바람에 말렸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헤엄치다 바닥이 되어버렸으니 이제야 날개짓을 하겠지요
감히 다가가기 힘든 근엄한 고래 등의 부드러움도 있고요 납작하게 엎드리는 것도 모자라 제 몸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광어의 마음을 추리는 일도 있습니다 플랑크톤만 먹고도 거대하게 자라는 대왕조개가 입을 벌릴때를 기다렸다가 삶의 노하우만 담아내는 것도 제 일입니다ᅠ
그만큼 조리법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데코레이션같은 건 안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요리가 다 완성되면 초대하겠습니다 세계를 다 이해하려는 과한 걸음걸이만 두고 오세요 본인 말고 그림자만 오세요 그들은 거짓을 하지 않으니까요 우리 음식의 재료들도 한거풀을 벗겨 조리했으니 이해하실거라 믿습니다
그럼, 좋은 음식과 멋있는 이들과의 만찬을 시작하겠습니다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중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