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고싶은 남편
며칠 전 남편이 7월 초에 시댁을 가자는 말을 했다. 나는 덥고 귀찮았다.
남편에게 더울 때 가지 말고 더위가 꺾이면 가자고 했다. 어차피 9월에 시제가 있다. 그때 가야 하니 이번엔 안 가고 싶었다. 남편은 그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 가는 줄 알았다.
그러고 며칠 후 아들이 다음 주에 차를 써도 되냐고 물어왔다. 나는 아무 일 없다고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남편이
"아빠랑 엄마랑 그날 시골 갈 건데."
남편의 말에 나는 짜증이 조금 올라왔다.
"더운데 왜 시골을 가려하냐"며
"더운 날 남의 집에 가는 거 아니다. 우리도 힘들지만 부모님도 더운데 누구 오면 힘드시다"
"그래도 2달에 한 번은 다녀와야지"
라고 말한다.
그 말을 하고는 남편은 또 조용해진다.
두 달에 한번 정도 방문하자고 한건 나였다. 아버님이 몇 년 전 암수술을 받으셨고 어머님이 무릎이 안 좋아 걷기 힘들어하셨다. 그래서 그쯤 설여사가 먼저 남편과 그러자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꾀가 났다.
옆에 있던 아들이
"혹시 그날 차 안 쓰게 되시면 알려주세요"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저녁을 먹고 남편이 말한다.
"우리 하계휴양소 담양에 있는데 2박 거기서 묵고 하루만 시골집에 들렀다 오는 건 어때?"
그러더니
"아... 날짜가 안 맞네... 안 되겠다."
아직도 포기를 안 한 남편이다.
남편은 부모님 뵈러 집에 한번 가고 싶은데 설여사가 동조를 안 해주니 이리저리 애를 쓴다. 설여사는 그런 남편이 짠해지며 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아침 설여사는 남편에게 다음 주에 시댁을 가자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괜스레
"안 간다고 하더니"라며 말한다.
"당신이 엄마 보고 싶어 집에 가고 싶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리냐. 엄마 보러 가게 해 줘야지."
내 말에 남편은 그제야 웃는다.
인심 쓰는 김에 제대로 하기로 했다.
며칠 전 집에서 먹은 오리가 생각이 났다.
"여보 이번에 집에 갈 때 며칠 전에 먹은 오리로스랑 백숙거리 사가서 구워드리고 오리탕도 끓여드릴까? 어머니 오리 잘 드시던데."
"그거 좋지" 남편도 좋아한다.
더운 날 차로 왕복 10시간 거리를 갔다 와야 한다. 더운 주방에 서서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야 한다. 국도 끓이고 반찬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하면 피곤하지만 남편이 가고 싶어 하고 가서 부모님 얼굴도 뵙고 잘 계시는지 한번 다녀오는 것이 마음은 편할 것 같다.
눈치 없는 남편이 더운 날 꼭 엄마를 보러 가고 싶다니 어쩌겠는가.
설여사는 다음 주 좋은 맘으로 즐겁게 짜증 내지 말고 남편과 여행한다 생각하고 시댁을 다녀오려 한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