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조깅을 시작하다
우리 집 앞엔 걷기 좋은 하천길이 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집 앞을 걷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걷다 보면 뛰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마라톤 5km를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2번이나 완주했던 남편은 그때마다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었다. 그 후 가끔 집 앞 하천을 가뭄에 콩 나듯 잠깐씩 뛰곤 했었다.
지난번 브런치스토리에서 리인 너나들이 작가님의 "피곤해서 달리기로 했다" 글을 읽었다. 그날부터 설여사도 다시 뛰어야겠다는 맘을 먹었다. 그날부터 저녁 7시에 알람을 맞춰놓았다. 아침엔 동네 언니들과 뒷동산으로 운동을 다녀온다. 그래서 저녁에 뛰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 집 앞 하천을 뛰던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을 뛰던 뛰어야겠다고 맘을 먹었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저녁 7시에 알람은 울렸지만 운동을 가진 못했다. 계속 저녁 약속이 있었고 아직 의지도 박약했다.
그렇게 6일이 지났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오늘은 동네언니들과 뒷동산으로 운동을 안 가도 되고 딸이 출근을 하지 않으니 아침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침대 위에서 꼼지락꼼지락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몸을 움직이니 운동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흐리기만 할 뿐 비 소식은 없다. 그러나 하늘이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잔뜩 흐려있다. 비가 오면 어쩌나 고민이 된다. 하늘을 보며 잠시 고민을 하다 비를 맞더라도 오늘은 나가기로 맘을 먹었다.
'그래 오늘은 뛰어보는 거야.'
바로 집 앞이 달리기 좋은 하천길이다. 그런데도 여기를 나오기가 쉽지 않다.
막상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산들산들 분다. 습도도 높지 않고 운동하기 딱 좋은 날이다. 벌써 많은 러너들이 뛰고 있다.
일단 오늘의 운동 거리는 왕복 3km이다.
가는 길은 걸었다.
개망초와 달맞이꽃이 하천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이다.
너무 예쁘다.
꽃밭을 걷는다는 게 이런 느낌인 것 같다. 하얀 개망초 사이에 노란 달맞이꽃이 우아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속에서 풀벌레소리와 새소리가 요란스럽다.
아침에 뛰고 싶어 나왔을 뿐인데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꽃길과 싱그러운 풀벌레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오늘을 선물 받은 것 같았다.
행복하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뒤로 러너들이 뛰어오고 뛰어간다. 길바닥엔 그들의 땀이 빗방울처럼 떨어져 있다.
그 또한 예쁘다.
나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오늘을 느끼며 1.5km를 걸었다.
이젠 반환점이다.
뛸 시간이다.
천천히 첫발을 내디뎠다.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설여사는 요즘 유행하는 슬로조깅을 할 생각이다.
설여사는 50대 중반에 퉁퉁한 아줌마다. 요즘 오른쪽 무릎도 욱신거린다. 무리하면 안 된다. 일주일 전에도 500m나 뛰었을까 싶은데 발등에 충격이 느껴져서 집까지 절둑거리며 돌아왔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 그래도 지난번보다 더 조심조심 발을 내디뎠다.
300m쯤 뛰었을까 오늘은 정강이가 욱신거린다. 참고 뛰다가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걸었다. 잠시 걷다 다시 천천히 뛰었다. 다행히 정강이 통증이 잦아든다.
올 때처럼 돌아가는 길도 아름다운 꽃길이다.
달팽이처럼 뛰는 건지 걷는 건지 모를 정도로 느렸지만 쉬지 않고 1km를 뛰었다.
오늘의 운동은 성공이다.
설여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언젠가는 다른 러너들처럼 길가에 내 땀의 흔적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설여사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5km를 완주해 보리라 다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