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일탈 7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7


나는 얼른 그리로 달려갔다. 드럼통을 걸어놓고 그 밑에다가 불을 넣고 있었다. 쇠죽을 끓이는 모양이다. 장작불인지라 불씨가 달다.


“할아버지, 쇠죽을 끓이십니까?” 나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쇠죽이 아니라 말죽이라고 하였다. 말이 죽 먹는다는 소리는 평생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는 분명히 그렇다고 했다. 말은 본시 생식을 하는 줄만 알았는데, 어른이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니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얼마 가지 않아 날은 훤히 밝아졌다. 그래서 나는 말죽 할아버님과 작별하고 좌천동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빠질 때까지 수진씨 집을 찾으리라 생각하고 달려간다. 산 일번지가 수십수백 가구라 할지라도 하루 온종일 돌아다닌다면 못 찾을 턱이 없다. 해서 나는 새벽부터 떠난 것이다.


그런데 좌천동 산골짝에는 이르니 아직도 오가는 행인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작은 샛길로 혼자 가만가만 올라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난데없는 강아지가 한 마리 나타나서 내 발뒤꿈치를 물어뜯으면서 사람을 못살게 앙탈을 부린다. 그것도 내가 얼마만큼 가게 되면 따라오지를 말아야 할 터인데 이 놈은 전연 그렇지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배가 고파 짜증이 나는 차에 그놈의 강아지마저 남의 속을 태우게 되니 사람이 신경질이 나서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돌아서서 어린 강아지 옆구리를 힘껏 차버렸다. 귀찮게 굴어서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어려서 그런지 그 강아지는 떼굴떼굴 구르며 죽는시늉을 한다. 심장이 상해서 발길로 차기는 했으나 그 강아지가 죽을까 봐서 겁이 벌컥 났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행여나 죽을까 봐 그를 한 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길 건너편 판잣집에서 누군가가 중얼중얼거리며 나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의 하는 말투를 보면 강아지 주인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나는 얼른 그쪽으로 돌아다보았다.


그는 내가 찾는 김수진씨였다. 서로 간에 보지 못한 지가 몇 년째 되었어도 그의 얼굴만은 단번에 알아볼 수가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찾으려고 발버둥을 친 그였는데 그를 찾다가 못 찾아서 죽을 뻔했는데, 거기서 그를 금방 만날 수가 있다니. 넓고도 좁은 부산의 거리이다. 나는 엉겁결에 “신산이!” 하고 소리쳐 그를 불렀다. 신산이라는 말은 김수진씨의 택호를 말함이다.


김수진씨의 나이는 나보다가 사오 살 위이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한 초당에서 같이 놀았고, 조석으로 상대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신산을 대할 때에 절친한 친구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내가 나이는 적어도 신산이도 나를 그렇게 대해 주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를 보고 신산이 아니냐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신산도 나를 대번에 알아보고 “아이고, 이것 누구가 노용이 아이가?” 하면서 나를 반가이 맞았다.


신이 있기라도 하듯 그렇게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일찍이 왔냐고 신산은 물었다. 나는 얼른 거짓말을 꾸며댔다. “어제 저녁 막차로 내려왔지. 그래서 초량역전 여관에서 자고 오늘 이렇게 일찍이 찾아온 것이야. 혹시나 만나지 못할까 봐 이런 새벽에 찾아온 거야.” 하였다. 신산은 내 말을 참인 줄만 알고 백 퍼센트 믿는다. 새벽 일찍이 찾아왔으니까 그렇게 믿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어쨌건 나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다.


사실상 따지고 보면 내가 신산을 쉽게 찾은 그 원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 강아지 때문이다. 그 강아지가 신산의 강아질 뿐만 아니라 그 강아지가 죽는소리를 내지를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그 위로 올라가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신산의 집을 찾을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어쩌면 그 강아지가 살려 준 셈이다. 하나의 미물인 그 어린 강아지가 내 발꿈치를 물어 당길 때는 반드시 신이 돌 본 것만 같았다. 그날도 만일 수진씨를 찾지 못하였다면 나 역시도 말죽 할아버님의 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전 06화젊은 날의 일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