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의 시기까지 8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8


물음에 대꾸하기가 싫었다. 아무 말도 하질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저녁밥을 먹으라는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도 지긋지긋하던 호각소리가 그때 따라서는 왜 그리 반가운지 귀가 번쩍 떨어진다. 나는 얼른 그리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중년 부인들이 밥을 짓고 있었다. 그 부인들은 품삯을 받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임시로 밥을 해주는 사람들인 것이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 부인들에게 저녁밥을 빨리 달라고 독촉을 하였다. 그러자 그 아줌마들은 우리는 모릅니다. 일본사람들이 와서 말을 해야만 밥을 푸지요 하였다.


밥을 먹는 것마저도 일본놈들의 명령이 없이는 안된다는 그 말이다. 얼마 후 밥을 푸기 시작했다. 다들 취사반 앞으로 바싹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밥그릇은 사람들이 밥을 담는 밥그릇이 아니고 장을 담아 먹는 작은 공기였다. 세 살짜리 어린이가 먹어도 적을 만한 그러한 공기이다. 한 사람 앞에 몇 그릇씩 줄런지는 몰라도 눈알 같은 그 공기라면 열 그릇을 먹어도 양이 찰 것 같지가 않아 보였다.


잠시 후 밥그릇이 돌아왔다. 밥 한 공기 국 한 공기 단 두 가지뿐이다. 그러나 배가 고프던 차에 반찬 투정 따위는 할 겨를이 없다. 일분도 채 못되어 나는 밥공기를 비웠다. 한 공기래야 네댓 술 밖에는 안된다. 한 공기를 얼른 해치운 뒤 나는 다시 취사반으로 달려갔다. 밥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 우리들이 달려가서 밥을 더 달라고 말을 하자 취사반에 있는 아줌마들은 대답은 하지 않고 킬킬대며 웃는다. 왜냐고 물어보았더니 이 밥을 한 당신들에게는 누룽지 한 그릇도 돌아오지를 않았다고 오히려 반발을 하였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 두 말 다시 하지 않고 되돌아 섰다. 그 아줌마들은 아무런 죄도 없다. 일인당 쌀 한 홉씩을 했다는 밥이 어쩌면 그렇게도 적은지 알 수가 없다. 매일같이 그렇게 밥을 준다면 굶어 죽지 않고는 배겨 날 수가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 훈교자 왜놈들도 밥을 먹고사는 사람이다. 오늘 저녁에는 처음이니까 시험 삼아 그래 본 것이지 설마 내일도 또 그렇게 하려고 훈련생들이 하나같이 밥을 더 달라고 투정을 하는 것을 저놈들도 보았으니 말을 하지 않아도 알터이지 하고 추측을 하였다.


오늘 저녁밥은 세 살짜리 어린이가 먹어도 양이 찰 턱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참고 견딜 수밖에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훈련생들은 배가 고픈 것을 참으면서 침실에 들게 되었다.


침실이래야 심상소학교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교실이다. 그냥 마루 바닥에 잠을 자야만 했다. 그 당시 일본놈들은 전쟁에만 급급한 나머지 훈련소를 만들 여유조차도 없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학교를 빌려 훈련소를 만든 것이다. 어쨌건 여름철이니까 잠자는 침실만은 아무래도 좋다. 다만 문제는 배가 고픈 것이다. 배가 고파서 도무지 잠이 오지를 않는다.


낮에 밖에 나가서 무엇을 사 먹고 들어온 사람들은 그래도 그다지 배가 고파서 못 견딜 그러한 처지는 아니겠지만 점심도 굶고 저녁밥도 굶다시피 했으니 우리들 몇몇 사람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묵묵히 참고 견딜 수밖에는 도리가 없지 않은가.


하루 밤을 넘겼다. 아침 다섯 시에 기상나팔 소리가 요란스럽게 산곡을 메아리친다. 훈련생들은 얼른 옷을 주워 입고 연병장으로 뛰쳐나갔다. 첫날이기에 나팔소리만 듣고 어느 영문인지도 모르고 나간 것이다. 나는 생각에 아침밥을 먹으라고 그렇게 일찍이 기상을 시키는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조전 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훈련을 한 것이 꼬박 두 시간이다. 그런 뒤에 아침밥을 먹으라고 했다. 굶은 차에 훈련을 받고 나니 다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그 땀은 더워서 나오는 땀이 아니요 다들 식은땀이다. 배가 고파서 죽게 된 사람들을 그 같은 훈련을 시키니 그럴 수밖에는 없다.


훈련이 끝이 난 즉시 우리들은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어제저녁과 마찬가지로 학교 후편 광장으로 모여든 것이다. 잠시 후 밥그릇이 나온다. 어제저녁과 꼭 같다. 국 한 공기, 밥 한 공기 그것뿐이다. 그것이 아침 전부이다. 배가 고프던 차에 그 한 공기 밥을 먹는 시간은 약 삼십 초 밖에는 안 걸린다. 그것이 아침밥 전부라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매일같이 그렇게 주고 훈련을 시킨다면은 살아남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훈련생들은 하나같이 아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