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사람이지만 상대방에게 공감을 못해주었다.
지난 몇년간 그리고 지금도 상대방의 기본적인 성향과 성격을 파악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MBTI를 지표로 삼아 참고를 많이 했다. 정확히 4년전까지 나는 극 F 성향의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부끄러워 했지만 사람들에게 인정과 관심을 받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내 앞에 있는 어느 누구든지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의 감정을 헤아려 주기를 원했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면서 동시에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외향적이지 못했기에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이 힘들었지만 내면에는 나를 가장 먼저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러한 나를 돌이켜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자기중심적인 사람' 이라고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생이 되고 어느 날, 나는 친한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그 당시에 혼자서 타지 생활을 하던 차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도 못했고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이라 너무 식욕이 돋았었다. 그래서 익으면 족족 내가 고기를 입에 먼저 가져다 먹었다. 다른 두 명의 친구들은 내가 너무 빨리 먹으니까 천천히 먹어라, 고기 이제 별로 없다, 이거 익으면 누가 다 가져가네, 이런식으로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나의 감정과 나의 상태가 제일 중요했다. 결국엔 친구 한 명이 폭팔해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 너무 한 거 아니야? 나 한 점 먹을때 너 다섯 점 먹는거는 아니지 않냐?
이 말을 들은 나의 대답은
어차피 뿜빠이로 엔빵해서 내는 거잖아 그니까 많이 먹어야지 왜 화를 내?
지금 생각하면 몹시 창피한 답변이었다. 이 당시에 나는 나의 감정과 욕구를 우선적으로 해소하기를 바랬다.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있었으며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도 극심하게 상처를 받고 집에 와서 그 말 한마디에 잠을 못자고는 했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가 우선이었다. 자칫 헷갈릴 수 있지만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그 상황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먼저 헤아려 주는 것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내가 되게 착하고 남을 배려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나는 나의 감정을 우선적으로 공감받고 위로받기를 원했던 사람이었다.
나의 감정이 우선시 되다보니 나는 상대방의 감정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보려고 하질 않았다. 내가 공감을 못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공감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의 감정만을 생각했다. 되려 그것이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 그리고 그 사람의 행동을 보지 못하게 나를 막았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극 F의 성향은 20대 중반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30대 초반인 지금의 나는 T의 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나는 수십명의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3년차 초등교사이다. 인간의 성장 과정 중 가장 자기 중심적인 나잇 대의 아이들을 극 F인 내가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