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설친 일화 모음

by 숲 속 꿀단지


2021-06-20 하루 사진 한 장.jpg




잠을 설쳤다.

복합적이다.

복합적이라고 추측한다.

몸은 충분히 피곤했다.

야외에서 20,000보 넘게 걸었다.

초저녁에 카페인 함량 높은 콜드브루 + 졸린데 19일 하루 사진 한 장 포스팅 중 사색에 빠져 긴시간을 쏟음

= 잠에 들 타이밍 놓침, 몸은 오늘 밤새려고 한다고 오해를 한 것 같음 + 귓전에서 세레나데 부르는 모기(들)

피곤한데 새벽 늦게 침대에 몸을 뉘었고

결국, 선잠을 잤다.



피곤할 때 늦게 자면 극단의 두 가지 반응 중 하나가 나타난다.

1. 눕기 무섭게 깊은 잠에 빠진다.

2. 몸도 마음도 너무 자고 싶어 하는데, 좀처럼 잠들지 못 하고 뒤척인다.

고작 네 시간.. 잔 거 실화입니까?

나는 여덟 시간은 자야 하는 사람인데...?

(내가 한 번에 제일 오래 잔 게 20시간이 넘습니다만…!)

종일 몽롱하다.

꾸벅꾸벅 조는 건 전혀 없었는데,

머리 속에 짙은 안개가 낀 것 같다.

하지만, 숱한 경험이 낮잠을 자면

연이어 하루 리듬을 망가뜨리는 거라는 교훈을 주었기에

낮에 잠을 자지 않고 버텼다.

그렇게 룸메 모기들과 뒤척이다 네 시간 뒤,

‘오늘은 잠의 질이 맙소사인 날이군. 이런 날도 있다.’

체념과 초탈 사이의 어딘가에서 잠 설친 날을 받아들이고 그냥 눈을 떴다.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려고 눈을 딱 떴는데,

눈 뜨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내 몸 위에 뭔가가 있다. 엄청 크다.

뭔지 파악이 안돼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무심코 지른 소리에 놀라 또 소리를 질렀다.

(나는 내가 지르는 소리를 듣고

그 큰 소리에 놀라 2차로 또 놀란다.

고쳐지지 않는다.

만약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같은 상황이 닥치면

내가 사망자 1호가 될 것이다...!)

뭐야, 대체.

시야에 들어오는 회색 덩어리 뭔데.

벽 무너졌어?? 시멘트인가?

'코코'(인형 이름임.)였다.

베개 옆에 있는 코코가 왜 내 상체 위에 있는 건지

이럴 때면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촬영을 하고 그걸 확인해 보고 싶다.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본 게

회색 코끼리 엉덩이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너무나 놀란 것,,,

*

잠을 아예 자지 않은 날이 존재하긴 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고, 그 날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지러워서 휘청거리며 걷게 된다.

주로 시험 기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머리 속에 욱여넣어야 할 정보가 넘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인데,

나는 과연 벼락치기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고찰한 후

특정 학기에 학교(강의실, 중앙 도서관), 집, 학교, 집을 반복하며 보낸 적이 있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몇 달 간 진행된 실험이었다.

평소에 예습, 복습을 하면서 단순하지만 학교 집 학교 집 루틴을 지켰다.

주말에는 과제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보냈던 학기의 결과(성적)부터 말하자면 전체 학기 중 성적이 가장 높게 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한 학기를 보낸 후 내가 얻은 결론은 이거였다.

‘매일 예습, 복습해도 시험 직전에 초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

한 학기 중에 배우는 지식을 장기 기억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예습과 복습을 해도 기억의 휘발을 막을 수 없다.

이러나 저러나 벼락치기는 피할 수 없다.’

성실히 공부에 집중해서 아쉬움도 미련도 없이 한 학기를 보내 보았으나, 시험 직전에 더 집중하고 몰입해야 하는 건 여전했다. 벼락치기는 숙명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평생 제일 오랜 시간을 들인 게, 들이고 있는 게

잠이므로 자는 동안에 일어난 에피소드는 굉장히 많다.

새벽에 이전 글 21가지 쓰겠다고 사색에 잠겼다가 숙면 타이밍을 놓쳤으므로 오늘은 의식의 흐름이 나오기 전에 몇 개 쓸지를 정해야 겠다.

인간은 3이라는 숫자가 안정감을 줘서 좋아한다고 한다. 세 가지 적고 바로 등록을 누를 거다.



1. 한창 여름 열대야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때는 요즘처럼 전기채가 없던 때라 모기가 세상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나는 잠이 먹는 것보다 중요해서 아빠가 점점 내 눈밑이 퀭해지는 게 보기 안쓰러웠는지 내 침대 위에 모기장을 설치했다.

모기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지만 모기장이 있으니 모기가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질 못 한다.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리고는 잠에 스르륵 빠져들었다.


새벽에 내 몸을 누르는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뜨는 건 되는데 팔, 다리를 움직이려니 쉽지가 않다.

당황했다. 쥐가 난 것도 아니고, 이런 적 처음이다.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가위 눌린다는 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눈을 뜨는 건 했으니,

무섭지만..

용기를 내서!!!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지 않는가?)

시선을 겨우 아래로 옮겼다.

대체 몸을 왜 움직일 수 없는 거야!

가위에 눌린다고? 갑자기? 왜...?

눈을 내리깔고 내 몸을 봤다.

아니, 이게 뭐야..?

뭐가 있는데 모르겠다.

이거 귀신이니?

몇 초 좀 더 들여다보자


(아빠가) 천장에 망치질로 고정하고 걸어 둔

침대 크기와 맞먹는.. 모기장이 천장에서 사뿐히 내려와 내 몸통을 이상하게 휘감고 있었다.

참나, 내가 누에고치도 아니고 이게 뭐냐…

내 힘으로 벗어날 수가 없어

아빠를 불렀는데 자면서 코 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제일 더울 시기라 거실에 에어컨 틀고 가족 모두 방문 열고 자던 때였다.)

몇 번 부르자 코 고는 분 말고 엄마가 눈을 비비며 나타났다.

그렇게 엄마의 손길로

나는 누에고치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 초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헷갈린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 인후염, 중이염을 앓았다.

열이 나면 정신이 혼미해서 나도 모르게 발버둥을 치게 된다.

고열이어서 정신이 아득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얼마나 흘렀는지 아무 감도 오지 않았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엄마 말로는 헛소리도 했다고 했다.) 중간중간 귀를 부여잡았던 기억이 났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며 밤을 보낸 것 같다.


날이 밝고 바로 이비인후과에 갔다.

새벽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힘들다.

귀 통증도 여전했다.

귀를 본 의사가 이걸 어떻게 참았냐며 놀랐다.

염증이 엄청 심한데다 한쪽 고막이 찢어졌다고 했다.

“어린 애가 이걸 밤새 참았다고?”

의사가 혼잣말을 하는 걸 들었다.

나는 표현하지 못할 고통이어서

밤새 낑낑 소리를 내는 것만 가능했다.

아프다고 울 기력도 정신도 없었다.

아예 정신을 놨으면 응급실로 직행했을 텐데,

정신줄은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몸이 어지간히 용을 썼구나, 그때...

그러니 엄마, 아빠는 열이 나서 불편하니 아이가 잠투정을 하는 정도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 정도 상태면 어른도 못 참고 응급실 갔을 거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계속 아픈 거지라는 의문과

어서 빨리 몸이 나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픈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이불 위를 구르던 순간이 생생하다.

고통이 기억나는 게 아니라

내가 몹시 괴로워 하던 게 기억이 난다.

이 일 이후로 내 입에서 아프다는 말이 나오면 엄마와 아빠는 심장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사실 이때 아팠던 게 특이한 경우였다.

이후에 아픈 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거나 병원비 받은 걸 챙겨서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으면 며칠 내로 대부분 나았다.


아무튼

어릴 적 아프지 않고 큰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저 때 고열에 시달리고 병원 꽤 오래 다니면서 고생한 기억이 선명하게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학원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 어린이가 아프다는 말을 하면 나는 심장이 조금, 잠시, 내려앉는다.

저 때 기억이 떠올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편, 유독 놀라는 편...


아이가 엄살을 더한 견딜 만한 아픔을 느끼는 중인지

정신줄 붙잡고 있는 힘껏 아프다는 표현을 가까스로 한 건지

정확히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꼭 정신을 잃어야만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다.


3. 잠을 푹~ 자고 눈을 번!쩍! 떴는데

잘 자서 오는 개운함과 동시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들면

그건 맞다.


그 직감은 곧 현실로 펼쳐진다.



학생 때는 아침 9시 수업인데

눈 뜨니 8시 58분이었던 적이 있다.

괜찮다.

침착하게 주문을 외워 순간이동을 하면 된다.

아, 근데 나 아직 호그와트 입학한 적 없지.

흘러간 시간을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그 날 아침 수업은 지각 혹은 결석이 되는 거다.

뭐.. 그냥 온전히 내 탓.

학생 때야 내가 한참 일찍 오든 딱 맞춰서 오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예기치 못한 이유로 늦으면 그 영향이 나에게만 나타났다.

내 출결은 나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거였다.

회사는 다르다.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고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닌다.

계약을 맺고 구체적인 시간에 자리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나는 노동을 제공하고 회사는 내게 보수를 지급한다.

때는 2019년 12월 31일..

잠에서 깼고

세상 상쾌한 느낌에

날개가 있었다면 훨훨 날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와! 진짜 잘 잤다. 올해 중 제일 단잠을 잔 것 같은데?

침대를 더듬으며 폰을 찾는다.

보통 누운 채로 팔만 움직여 찾지만,

용수철처럼 침대 밖으로 튕겨져 나온 채로 폰을 찾기 시작한다.

왜냐고?

방에 햇빛이 한가득 들어온다.

겨울은 해가 늦게 떠 항상 어두컴컴할 때 집에서 나왔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이런..

!!!!!!!!!!!

왜.. 9시 반이지...?

?????

나, 8:30에 일 시작인데?;;

순간이동을 하더라도

이미 한 시간 날렸는데?



방문을 거의 뽑을 기세로 열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당시 회사 가려고 나가던 시간대는 내가 집에서 고3 때보다 더.. 빨리 집에서 나갔다.

내가 낸 소리를 듣고 온 가족이 놀라서 화장실에 온다.


“너 왜 여깄어???”


저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릅니다. 모른다고요... 몰라요.

정말로 세수만 하고 옷만 갈아입고

가방 낚아채서 정류장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이때 너무 과격하게 달려서 발등 뼈 금가는 줄 알았다.

오 마이 갓!

주소록, 주소록, 팀장님 번호 어딨어!!!

버스 안에서

‘저는 대역죄인입니다. 죽여 주시옵소서.

빙판길에 땀 흘리며 뛰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도착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회사체로 작성하여 팀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아침에 팀장님은 회의 중일 확률이 높아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문자를 구구절절 작성해 보내니

정말 전하께 올리는 상소문 같았다.

전하께 읍소하며 아뢰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버스에서 내려 2호선을 탔다.

2호선 타고 강남가는 길은 언제나 육신과 영혼이 털리는구나..

표현 그대로 점점 육신이 구겨지기 시작한다.

이 쯤 되면 2호선 안은 모두 연결된 한 명의 거대한 사람이라고 봐도 된다.

그때 진동이 울린다.

팀장님 전화다.

아, 늦잠 자서 늦었다고 지금 2호선 ㅇㅇ역 지나고 있고 회사에 몇 분 뒤쯤 도착 예상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 전화를 차마 못 받겠다.

사람이 가득차고 고요하며

달리느라 흔들리기만 하는 객실 속에서

나는 겁쟁이가 되었던 거야...

(팀장님..

그 날 폰이 가방 안에 있어서 전화 못 받은 거 아니고..

제가 화면 확인하고 외면한 거였습니다...

뒤늦은 진실 고백.. 그에게 닿지 않을 진실..)


출근하면서 바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속으로 미쳤다는 소리가 반복되고 있었다!!!

폴더폰처럼 굽힌 자세로 마치 자음 'ㄱ'을 따라하는 듯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부서 제일 안쪽에 있는 팀장님 자리로 갔다.

쭈뼛쭈뼛.

다가가는 것만 보면 마치 한껏 긴장한 상태로 고백을 앞둔 사람 같았다.

팀장님이 괜찮다고

천천히 오라니까 왜 빨리 왔냐고 하신다...

집에서 점심 식사하고 오후에 여유롭게 오지 그랬냐며...

(이건 나를 돌려 까는 게 아니라,

그 분의 유우-머 코드다. 나와 맞는 코드는 아닌...)

뭐라고 반응해야 하죠.

그야말로 좌불안석.

죄송하다 또 말하고

내 자리로 가서 얼른 컴퓨터를 켰다.

맞은 편에 앉은 주임님이

“ㅎㅈ씨, 잘 잤어~?^^ 개운해 보인다~”

말을 건네셨다.

진실의 (마음 속) 대답은 이렇다.

“올해 중 제일 잘 잤어요..! 최고예요! 날아갈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두 시간 늦게 출근하다니

진짜.. 엄청난 스케일이다.

2019년 마지막 날, 하루의 시작부터 펼쳐지는

전혀 예측 못한 상황에

나는, 오류가 나서 이상한 대답을 한다.


“하하, 네... 자느라 늦었지만 잠은 잘 자서 다행이에요..!”

아, 잠시 (나) 입 다물자...



과장님이 여기에 한 마디 보태신다.


“다행이다! 나는 우리 모르게 퇴사한 줄 알았어!!”

나: 하하. 허허. ^_ㅠ

이 날 너무 놀라서

2020년을 맞이하고

평일엔 새벽 5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적고 나니 세 가지 일화 모두 다른 이유로 아찔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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