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특별하지 않은 위로
엄마들은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다. 나의 실수가 아니라고, 애들은 다 그렇다고. 별일 없을 것이라는 안도. 이런 것들은 '괜찮아요.'라는 말에 압축되어 들어간다. 물론 이 말을 해주기 위해 나는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고 가능한 많은 안 좋은 상황을 배제하고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판단하고 그 말에 대한 책임감까지 포함해서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것이지만.
아플 때만 괜찮다는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애가 조금 먹어요, 애가 잠을 자지 않아요, 애가 계속 울어요, 애가 작은 것 같아요, 애가 너무 큰 거 같아요, 애가 이가 적게 났어요, 애가 이가 너무 빨리 나요, 애가 잠을 안 자요. 등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엄마들은 모두 걱정이다. 걱정에 답을 주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 나는 성실하게 대답해 주는 편이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애들은 다 그래요.''우리 아들도 그랬어요.' 내 아기도 그랬다는 말을 들은 엄마들이 가장 안심하는 것 같은 것은 내 기분 탓이겠지.
괜찮다는 말이 주는 안도감은 생각보다 크다. 나의 걱정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구나. 온갖 책과 인터넷 어딘가에서 가장 안 좋은 경우만 수도 없이 찾아보고 공포에 질려 병원을 찾은 엄마에게 전문가인 내가 전해주는 그 말은 큰 위로가 된다.
'엄마, 이거 많이 찾아보고 오셨죠?'
'네, 너무 무서운 이야기만 있어서.'
'맞아요, 제가 봐도 무섭겠더라고요. 근데 엄마,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들은 그런 곳에 글을 남기지 않아요. 엄마는 제일 안 좋은 경우 10가지만 보고 온 거예요. 괜찮은 990가지는 못 보고.'
'아'
그럴 수도 있지, 뭐. 수많은 그럴 수도 있는 일들 사이에서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내 일이지만.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해 줄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소아과의사라서 줄 수 있는 안도감을 줄 때가.
다행이다. 내가 아직 소아과의사로 진료실에 있을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