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벌, 소아과의사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 매일 우는 아기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며, 가끔은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에 이명이 생기고, 가끔은 아기의 토사물을 손으로 받아내며, 가끔은 소변을 얼굴에 맞아가며 그렇게 진료를 보고 있는 걸까.
만약 전생이란 것이 있어, 내가 아주 큰 죄를 지었다고 한다면, 그 벌을 지금 받는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내 죄는 뭐였을까? 폭력이었을까? 말로 지은 죄일까? 신성한 곳을 심하게 더럽혔을까? 뭐든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 좀. 제가 반성할게요, 뭔지 모르지만 용서 좀.
사실, 아기들이 발차기하는 거, 그렇게 아프지 않다. 내 배에 쿠션이 든든해서, 가끔 훈련받은 UFC 선수 같은 아기들이 타점 정확히 잡고 임팩트 있게 날리는 킥이 아니면 보통은 괜찮다. 빗나간 타점이 조금 아래로 내려가 사타구니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통은 맞아줄 만하다. 애들도 무섭고 그러니까 발버둥 치는 것이란 걸 알기는 하니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최선을 다해 아기를 잡아주고 있으면 , 그래 받아들일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두 걸음 정도 뒤에서 뒷짐 지고 구경하는데 아이 발차기에 명치 같은 곳을 맞으면 나도 사람인지라 화가 좀 날 때도 있지만, 어쩌겠나. 애들인데.
아기들 울음이 커봐야 얼마나 크겠나 싶겠지만 울음소리는 진짜 악을 악을 쓰고 울기 때문에 정말 귀가 아플 때가 많다. 그 와중에 엄마아빠와 증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야 되고 신체 검진 상 보이는 아기 상태도 설명해줘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내 목소리도 계속 커진다. 여기까진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내 귀, 내 고막을 반드시 망가트리겠다는 강한 의지와 눈빛으로 정확히 내 귀를 보고 초능력자 영화에 나오는 어떤 캐릭터처럼 초음파를 쏴대는 아이들은 정말 너무 힘들다. 분명 울음이 아니라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 찢어질 듯한 그 소음들. 그런 아이들을 진료한 뒤에는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 이명도 좀 잦아들어야 하고, 가끔 소리도 잘 안 들리니까. 회복될 시간을 조금 벌어야 한다. 이럴 때 참았던 화장실을 다녀오는 방법을 자주 애용한다.
소아과진료실은 항상 이렇게 정신없는 모습이다. 직접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걱정 많은 부모님들, 그 사이에서 아기들을 듣고 보고 만지며 질환을 찾아내야 하는 소아과진료. 항상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항상 잘 해내지는 못한다.
그런 후회들이 진짜 내가 전생에 저지른 뭔지 모를 죄에 대한 진짜 하늘이 내린 벌은 아닐까 싶다.
항상 잘 해내고 싶다. 마음처럼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