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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아빠 Mar 07. 2024

포장된 무례함

똥을 포장하면 이뻐지니?

 병원은 무례함을 매우 자주 마주치는 공간이다. 의료진도 환자에게 무례할 때가 있고 환자들도 의료진이나 직원들에게 무례할 때가 있다. 안 좋은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는 직원들도 기분에 따라 무례한 태도를 보일 수 있고, 아파서 왔는데 진행이 더디고 맘에 드는 처치를 받지 못한 환자나 보호자들도 무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각자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무례함은 이쁘게 포장되어 우리 삶 이곳저곳에 흩뿌려져 있다.


'내가 좀 솔직한 편이라, ' 하는 솔직포장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하는 걱정포장

'니가 뭘 모르나 본데.' 하는 충고포장

'원래 이런 일은.' 하는 상식포장


 등등 수많은 포장으로 무례한 말들을 마구 내뱉는다. 이런저런 포장들을 벗기고 들어보면 충고도 뭣도 아닌 그냥 자기 기분대로 지껄이는 상대를 깎아내리고 상처주기 위한 그런 말들일뿐인데. 저런 말들로 포장해서 서로 집어던지고 있다. 포장지 안에 똥을 넣고.


 아무리 좋은 포장지에 이쁘게 잘 싸놨다고 해도 악취가 나고 더러운 똥은 똥일 뿐이다. 무례함은 무례함일 뿐이다. 다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무례함을 인지하지 못하게 그냥 이쁘게 포장해서 말을 건넨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똥인 걸 안 우리는 그냥 혼자 기분 나빠할 뿐.


 정말 솔직하게 뭘 모르는 그 사람을 위해  원래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싶다면,  포장된 무례함으로 다가갈 것이 아니라 진솔하게 대화하고 왜 그런지 설명해 주고 왜 그렇게 못하고 있는지 그 사람 입장을 들어주고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똥을 던질 거여도 포장해서 던지진 말자. 속아서 받으면 더 기분 나쁘다. 던질 거면 그냥 똥을 던져 포장하지 말고. 니 손에도 좀 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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