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부인 엄마, 독점육아 아빠.
하루동안 코코는 내 거야!
코코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1년이 넘게 미용실 한번 못 간 아내를 위해, 하루를 선물했어. 24시간 자유를 주고 머리도 하고 쇼핑도 하고 시누이랑 좀 놀고 오라고. 아, 그게 자유냐고 궁금해한다면, 아내는 시누이들이랑 친해. 같이 여행도 가고 쇼핑도 가고 모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편. 시누이네 남동생 보다 아내가 시누이들이랑 더 친해. 이것도 내 복이지.
코코와의 24시간은 새벽 2시부터 시작해 버려서, 조금 넘치는 시간을 함께 하긴 했어. 평소에 잘 울지 않는 코코가 오랜만에 새벽 2시에 깼거든, 보니까 응가를 했더라. 두 시부터 응가기저귀 처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어. 아침 수유를 하고 평소처럼 놀아주다가 이유식을 먹을 즈음 아내는 시누이네 집으로 갔어.
엄마가 가는 걸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코코는 행복했어. 이제 200일이 된 코코는 분리불안은 아직 보이지 않거든. 매주 수요일, 내 오프에 두세 시간 정도 외출하는 아내를 찾지 않고 나랑 잘 놀고 있으니 말이야.
배부르게 이유식을 먹이고, 꼭 먹고 나면 응가를 하는 코코의 기저귀 이슈를 해결한 뒤, 따뜻하게 입힌 코코를 데리고 공원으로 나갔어.
'코코야, 산책 좋아해?'
마치 알아듣는 아기처럼 해맑게 웃어주는 코코. 나는 유모차에 코코를 데리고 공원에 나갔어. 여기저기 살피며 엄청 재밌어하는 코코는 10분 정도 지나 잠에 들었어. 평소에도 공원 산책을 나오면 잘 자는 아기지만, 이번엔 정말 잘 자더라. 공원 데크에 유모차를 세우고 한 시간 동안 잠을 자는 코코 옆에서 나는 마냥 기다리며 코코 사진을 찍고 아내에게 보내주며 잠이 깨기를 기다렸지. 그 시간이 참 평화로웠어.
코코와의 24시간은 그냥 이렇게 평온하게 흘러갔어. 분유 응가 이유식 응가 산책 응가 분유 낮잠 응가 간식 이유식 응가 저녁잠 응가 수영 마지막 밤 수유까지. 4번의 낮잠, 6번의 분유, 이유식, 간식, 8번의 응가. 비밀번호 486도 아니고 평소만큼 잘 먹고, 더 자고, 많이 싼 코코의 24시간은 그렇게 흘러갔어.
아기들은 꼭 아빠랑 있으면 착해진다? 아빠가 오면 하루종일 칭얼거리다가도 잘 자고 잘 놀고, 그런 모습을 보며 아빠는 엄마에게 '애기가 이렇게 착해?'라고 했다가 욕도 바가지로 먹게 하고. 코코도 그런 건지, 너무 잘 자고 잘 노니까 자유부인 하고 있는 아내도 조금 억울했을 거 같기도 해. 솔직히 코코가 엄마를 찾고 엄청 보채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고민을 안 한건 아니었어. 그럼 바로 돌아오라고 해야겠다고 계획했는데. 코코는 예상을 깨고 너무 잘 지내더라. 아빠와의 시간을 코코도 즐거워한 거 같아서 너무 뿌듯하고 어깨에 뽕도 좀 들어가는 것 같았어.
'난 이 정도는 되는 아빠야! 24시간 정도는 엄마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다고!'
어디 자랑할 데는 없었지만 혼자 뿌듯한 하루였어. 13시간을 통으로 자버린 코코와 다음날 오전까지 재밌게 잘 놀고, 아내가 오기를 기다리며 이유식을 먹이고 있는데, 이쁘게 머리를 하고 양손 가득 쇼핑한 뭔가를 든 아내가 돌아왔어.
'잘 쉬었어?'
'응, 너무 행복했어. 오빠, 많이 힘들었지?'
'아냐, 코코 엄청 잘 자고 잘 먹고 많이 싸고.. 그래서 괜찮았어. 코코가 아빠보고 엄청 많이 웃어줬다?'
라고 말하며 코코를 봤는데, 24시간 동안 한 번도 못 본 미소로 엄마를 보고 있더라. 그렇게 밝게 그렇게 초롱초롱하게.
아, 결국 엄마가 최고구나. 아빠한테 웃어준 건 진짜 그냥 웃어준 거였어. 이 자식이. 그래 너 다 해라, 다 해. 엄마 너 다해!
아빠가 좀 더 노력할게. 엄마를 넘진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