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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아빠 Mar 13. 2024

'아빠'도 불러줘!

아직 너무 이른 거 알고 있지만..

 가끔 듣게 되는 아빠들의 하소연 중에 '우리 아이는 엄마는 잘 말하면서 아빠라고는 말 안 하더라?'라는 것이 있어. 아이가 '엄마'를 먼저 말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엄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엄마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듣기 때문일 거야.


 하루 종일 '엄마가', '엄마랑'이란 단어로 둘러 쌓여 살고 있는 아기들이니까 제일 먼저 의미 있는 말을 한다면 그건 당연히 '엄마'일 테니까.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아빠'도 비슷한 시기에 해주면 좋겠어. 이제 갓 200일 넘은 아들을 키우는 내가 벌써 '아빠'라고 말하는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은 너무 이른 것이란 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아빠 소리를 듣는 것은 점점 늦어질 거야. 아기들이 엄마라는 한 단어를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 2만 번 정도 엄마라는 단어를 접한다고 해. 보통 돌 정도에 엄마를 말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다면 대략 하루에 60번 정도 엄마라는 단어를 접하고 나서야 어설픈 '음마', '옴므' 같은 소리를 낸다는 거지. 24시간 붙어 있는 엄마니까 가능한 이야기지. 나처럼 겨우 두 시간 아기를 보는 아빠는 쉽지 않은 일이야.


 그래서 나는 정기적으로 '아빠타임'을 갖고 있어. 주로 아기가 수영을 할 때 아기 수영장 옆에 붙어서 아기가 소리를 낼 때마다 '아빠'라는 단어로 반응해 주는 거야. 노래도 '아빠'라는 단어만 사용해서 부르고, 그냥 의미 없이 '아빠'를 반복해서 중얼거리기도 해. 2만 번 채우려면 모자라, 시간이. 그래서 입술에 경련이 날 때까지 '아빠'를 외치곤 해.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보며 아내는 한숨을 짓지만, 난 굴하지 않아.


 함께 시간을 보내려 엄청 노력하는 편인데도 그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 아기에게 바라는 것이 생길수록 나는 더 노력해야 하더라. 가만히 앉아서 아빠 소리 듣고 싶어 하면, 그건 욕심이야. 아기는 이제야 아빠라는 존재가 나를 사랑해 주는 또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엄마랑 비교하면 안 되겠지?


 아직은 내가 뭔 짓을 해도 엄마가 최고야. 아기의 우주가 엄마이던 시기는 좀 지나갔더라도, 아직 우주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는 엄마거든. 이제 점점 아빠도 보이기 시작하고 아빠도 좋아해 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 엄마에겐 택도 없어.


 세상 존재하는 많은 아빠들, 아기들 사랑하는 마음, 아기와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다들 똑같을 거야. 각자 처한 상황이 그것을 가능하지 못하게 할지라도, 작은 시간이라도 아기와 스킨십하고 교감하는 시간은 꼭 갖도록 해. 나중에 '엄마' 다음 하는 말이 '아빠'이길 바란다면.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엄마 곁에서 아기에게 존재감을 심어주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해. 당장 아기에게 달려가 '아빠야!' 하며 뽀뽀해 줘야겠다.


코코가 이제 잠에서 깬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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