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서 철들었나?
며칠 전 어버이날 택배를 받았습니다. 정말 엄청난 박스를 군대 간 아들이 보내준 것입니다.
택배가 도착하기 며칠 전 아들로 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빠 필요한 거 뭐 없어요?" "응? 머 별로 필요한 건 없는데... 아 맞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군용 반팔티와 반바지 값싸고 편해 보이더라, 검은색으로 위아래 한 벌만 있으면 좋겠던데..." "네 그럼 제가 PX에서 사서 보내드릴게요." "그래, 보내주면 고맙지. 하하하." 이렇게 전화 통화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포장에 택배가 도착할 줄 알았는데.
커다란 택배가 집으로 떡하니 도착을 한 것입니다. "마누라 문 앞에 커다란 택배가 도착했는데? 아마 민규가 보낸 것 같은데, 엄청 크네?" "그러게요. 한 번 열어 보세요." "그럼.. 아이고 이놈이!!!"
커다란 택배 상자에 정말 엄청난 물건들이 가득 차 있던 것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물건들이 함께 들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이게 다 얼마야! 지가 얼마나 번다고 이런 물건들을 겁 없이 보내. 이놈을 단단히 혼내야겠어요." "그러게 우리 아들놈이 아빠를 닮아서 통이 좀 크네... 에혀."
솔직히 아들이 보내준 선물이 고맙고 반갑기는 하지만 그 엄청난 규모에 우리 부부는 잠시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받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엄마, 아빠의 어버이날 선물이랍시고 보내준 아들의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그리고 보내온 물건들이 다 마음에 들지만, 그렇지만, 아들이 힘들게 번 군대 월급을 이런 선물을 산다고 사용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충성! 엄마, 아빠 선물 받으셨어요?" "그래 선물은 잘 받았다. 뭘 그렇게 많이 보냈어. 왜 힘들게 번 돈을 그렇게 헤프게 쓰냐?" "하하하, 엄마, 아빠 편하게 사용하고 드시라고 보냈어요. 하하하." "누굴 닮아서 저리 손이 클꼬" "하하하. 그렇게 됐네요."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라. 선물은 고맙게 잘 받겠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선물 보내지 말고 네 월급에 손대지 말고 열심히 모아라."
"네, 알겠습니다. 엄마, 아빠 편하게 드시고 사용하세요. 하하하." "그래 정말 고맙다." 아들과의 통화 내내 코끝이 시큰하고 눈물이 핑 돌더군요.
'군대 들어간 우리 아들 이렇게 번듯하게 잘 성장했구나, 또한 군대에서 참 많이 노력하는구나.' 이런 생각과 다시 한번 아들에게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런 아들이 이렇게 저렇게 공부하고, 다독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지혜로워지며, 바른 생각을 바르게 정리할 수 있는 현명함까지 군대에서 얻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아들을 위해 어떤 책들을 권해볼까?' 하는 욕심 말이지요.
"근데, 빨리 자대배치받고 은행에서 가서 통장개설하고 나머지 한 개 적금도 빨리 들어야겠어요. 손해 보는 이자가 너무 아까워요." "그래, 그건 차차 풀어가면 된단다. 그렇게 돈 아까운 줄 알면서 뭐 이리 많은 선물을 보냈니. 이거 다 아까워서 어떻게 먹고, 입고, 바르겠니?" "하하하 엄마, 아빠 편하게 사용하세요. 나중에 더 필요하시면 제가 보내드릴게요." "아서라, 필요한 것 있으면 우리가 너 면회 갈 때 사면 된다. 넌 돈 쓰지 말거라."
이런 대화가 이어지다가, "엄마, 아빠 저 전화 끊어야겠어요. 운동하느라 개인 정비할 시간이 없었어요. 또 전화드릴게요.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래 우리 아들 엄마, 아빠도 널 사랑한단다. 다음에 또 전화 줘, 사랑해."
아들과의 통화를 마치고도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매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과 편지를 써서 엄마, 아빠에게 선물로 보내줬던 아들이 올해는 커다란 택배 상자를 보내준 것에 대해 차근차근 기억들을 복기해 가며 여운을 즐기게 되더군요. 역시 제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우리 아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들 고맙고 사랑한다. 항상 건강하거라. 너의 앞길을 항상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