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좀 힘들었지? 고생했어.
저는 땀 흘려 운동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심박수가 최대치로 올라가서 심장이 요동치고, 호흡이 가빠서 폐가 입으로 튀어나올 정도까지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주로 하고 있는 등산을 할 때도 이와 같이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동안 건강이 안 좋아 운동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많던 근육들이 많이 없어지고, 체력도 바닥이었습니다. 그래서 건강을 회복하고 난 후 올봄부터 건강을 위해 뒷동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 뒷동산은 북한산입니다. 이주일에 한번 등산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횟수를 올리다가, 강하게 산행을 하기 시작하고, 거의 매일 비가 오지 않는다면 뒷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후 처음에는 아내와 같이 가볍게 둘레길을 산책하였습니다. 처음에는 4킬로미터부터 시작하여, 8, 12, 19킬로미터까지 거리를 늘리다가. 둘레길을 8킬로미터 걷다가 북한산성에서 세검정까지 넘어오는 산행까지 병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총 거리는 19킬로미터 정도였습니다. 그때 하산길에서 아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하산하면 서초동 가자, 너무 힘들다. 이러다 내가 제명에 못 살겠다. 갈라서자!!!"
하지만, 그 후에도 아내는 저와 같이 산행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고마워하며 '마누라 이렇게 산행하며 건강하게 잘 살아가자'라고 되뇌었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시작된 후 아내는 "이 더위에는 산에 가는 거 아니야. 난 절대 못 가. 안가!!!"라고 산행을 중단하였습니다. 뭐 아쉽기는 했지만, 저는 나름대로 '그래 이 참에 운동되게 산행을 즐겨보자'라는 심산으로 혼자만의 산행을 즐겼습니다.
평일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바로 뒷산을 올랐습니다. 둘레길 1개 코스를 빠른 걸음으로 뛰다시피 하면서 돌고 오면 40여분이 소요됩니다. 그 후 샤워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하루가 상쾌하고 몸도 개운하고 일 효율도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한 여름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에게 다시 산행을 권했습니다. 처음에는 싫다고 하더군요. "서방, 나랑 같이 가면 운동 하나도 안되잖아. 그냥 서방 혼자 산행해."
"응 아니야, 마누라도 건강해야지. 내일 산행하자. 준비해."
다음날 아내는 마지못해 저와 산행에 따라나섰습니다. 물론 그다지 힘든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코스의 길이나 경로는 아내가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마치고 보니 19킬로미터를 걸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 가민시계에는 "쉬움"이라고는 떠 있었고, 저는 별로 힘든 줄 몰랐지만, 오랜만에 산행을 한 아내에게는 그렇지 않았던가 봅니다. 아내의 발에는 여기저기 물집이 생겼고, 근육통에 며칠 고생했다고 합니다. 산행을 마치고 자주 가는 단골 순대국밥 집에서 식사를 하며 맥주를 달게 마시며 "아 이 맛이야."라고 하자. "그런 거로 나 꼬시지 마. 너무 힘들어. 아니 그렇게 좋아하는 거 내 빼고 서방 혼자 즐겨." "아니야. 마누라랑 같이 하니까 더 재미있는 걸, 맥주 맛도 너무 일품이고! 하하하." "몰라 나 힘들어 다신 안 갈 거야!!!"
다음날 아침 전 잠든 아내를 두고 조용히 뒷산을 올랐습니다. 어제 다 채우지 못한 운동을 만회하려는 듯 더욱 심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고, 호흡이 가빴지만, 그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은 운동을 하는 분들께서는 다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이 맛에 운동하는 것이지요. 하하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 후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누라 오랜만에 성당 가서 미사 드리는 게 어때?" "오호. 웬일?" "아니 마누라 같이 성당 가서 미사 드리는 거 좋아했잖아." "그래요."
참고로 저는 기독교신자, 아내는 가톨릭신자입니다. 아들은 얼마 전 입대 후 가톨릭세례명까지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성당에 가서 촛불도 켜고 가족의 건강을 빌고, 미사를 드리며 살며시 눈물도 흘렸습니다. 지나온 제 생활이 너무 세속적이지 않았나, 너무 나만을 위해 산 것은 아닌가, 다른 이의 고통에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 등등에 대한 회개의 눈물이었나 봅니다.
미사를 드린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마누라 돌아가는 길을 저 산 쪽으로 돌아서 갈까?" "그래요." 천천히 산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산은 멀리서 보는 게 좋은 거라니깐. 저 안에 빠져들어가면 그때부터 고통이지. 역시 산을 좀 떨어져서 즐겨야 해." "아니야 산은 들어가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 제일 좋은 거야. 물론 멀리서 바라보는 산도 좋지만."
"마누라 산행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좋잖아. 일 년 전을 생각해 봐. 건강이 나빠져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었는데, 지금은 다르잖아. 천천히 조금씩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자고."
"서방은 중간이 없어. 어제만 해도 19킬로미터 걸었잖아!" "그 코스 그 거리 마누라가 결정한 거잖아."
아마도 근처에 누가 있었으면 저 사람들 만담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집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집 앞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맑은 날씨와 어울려 너무 수려하고 장엄했습니다. 그 산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마누라 우리 오래도록 건강하게 이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