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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Sep 19. 2023

화진포의 파도

2012년, 2019년, 2023년

2019년 

화진포에 간다니. 화진포 콘도에서 파도 소리에 취했던 몇 년 전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2019년 6월 몇몇 지인들과 화진포로 1박 2일의 여행을 떠났다. 다행히 지인 중 예비역 간부가 있어 화진포 콘도에 숙박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는 족히 3시간이면 충분했다. 금요일 저녁에 갔다가 토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보니 차량이 많지도 않았다. 길지 않고 여유로운 여행길로 충분하였다.


2019년의 화진포는 파도였다. 강원도의 바다가 아니랄까 봐 파도의 소리와 깊이가 힘찼다. 나는 멀리서 오는 파도에 압도되었다. 멍하니 쳐다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파도에서 뿜어나오는 하얀 물보라는 해변의 주변을 수놓았다.

2019년의 화진포


2012년의 화진포는 흐릿하다. 몇 장의 사진을 찍긴 했으나, 모두 분실하였다. 2012년 화진포에 당도한 시간은 매우 늦은 저녁이었다. 화진포 콘도에서 보이지 않는 바다를 맞이하며 파도 소리만 들었다. 다음 날 빠른 일출에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니 멋들어진 해변과 파도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보내며 씻지 않은 얼굴로 해변을 거닐었던 기억만 있다.


2023년의 화진포는 잔잔하였다. 넓은 호수와 같은 수준의 파도는 힘이 없었다. 느지막한 여름에 와서 그런지, 2019년의 파도가 아니었다.


2023년 9월에 지인과 함께 화진포 콘도에서 2박 3일을 같이 묶었다. 조그만 방 2개를 빌려 2가족이 나눴다. 일요일 교회에서 이른 아침의 예배를 마치고 2가정이 2개의 차를 타고 화진포로 향했다. 2가정에 3명의 아기가 있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넉넉한 시간을 확보하였다. 11시에 출발하여 가평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내린천 휴게소에서 아기의 울음을 달랜 후, 천진 해수욕장의 카페를 방문하고 거진항 수산시장에서 회를 떠온 뒤 저녁 6시 남짓하여 숙소에 도착하였다. 장시간의 이동 거리에도 화진포를 향하는 설렘은 피로를 이겨내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평화로운 화진포의 바다를 받아들였다. 화진포 콘도는 변함이 없었다. 콘도로 들어서는 길 주변의 소나무 숲은 여전히 화창하였다.

콘도에서 바라본 화진포


시간의 흐름 속에 파도는 변해있었다. 2019년의 파도는 힘셌지만, 2023년의 파도는 유약했다. 2019년은 콘도에서 파도 소리로 인하여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고, 파도와 함께 잠을 즐겼다. 2023년의 파도는 다른 소리를 압도하지 못하였다. 잠을 즐기지 못하고 쓰러지듯 잠을 자버렸다.


2019년 파도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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