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그저 거기 있음으로
내게 큰 산 같은 존재가 있다.
빗물에 젖지 않게, 스미지 않게
조용히 그 비를 다 받아내고
말없이 흘려보내며
당신은 내 마음 위에 그렇게 머물렀다.
나의 곁, 비 들이치는 그 자리에서
우뚝 서 있어 주었다.
그렇게 처마 아래서
나는 무너지지 않고
다시 맑은 날을 맞이한다.
그리고 당신의 비 오는 날,
나도 당신 머리 위 고요한 처마가 되어
비바람을 견디며 서 있다.
그렇게 우리,
서로의 처마가 되어
예쁘게 여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