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었던 마음들과 함께

<사랑받기 위해서였던 나날 중>, 昀[햇빛 윤]

by 햇빛 윤


독립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결혼식 날이 드디어 다가왔다.


어느 예비 신부들과 같았다.

설레고 긴장되고, 그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나는 머릿속으로 수백 번 결혼식을 미리 진행했다.


사실, 결혼식을 상상한 건 그날뿐만은 아니었다.

늘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던 장면은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하는 순간이었다.


어떤 결혼식에 가도

신부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딸도 부모님 품에 안겨 애틋하게 울었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나는 과연 울까?

눈물이 난다면 그건 어떤 눈물일까?’


하지만 단 하나만은 확신했다.

엄마는 울지 않을 거라고.

아니, 단정 지었었다.


그리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순간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엄마는,

다른 결혼식의 엄마들처럼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는 엄마를 안아주며

조용히 말했다.


“엄마, 울지 마.”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수많은 하객들이 사라지고

엄마와 나만이 조용한 빛 속에 남은 것 같았다.


마치 시공간이 잠시 멈춘 것처럼.


결혼식이 끝난 후

지인들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너는 어떻게 안 울었어?

우리 다 울었는데.”


나는 웃으며

“결혼식 하면 긴장해서 감정 몰입이 잘 안돼.”

라고 말했지만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결혼한 후,

지인들의 결혼 준비 과정과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깨달았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가족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기도 하고,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헤매기도 한다는 것을.


상담을 마치고 독립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다시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그 속에서 깨달았다.

나도, 그들도, 우리 가족 모두

결국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을.


방식이 다르고, 표현이 서툴렀을 뿐이었다.




독립을 하면

‘다시는 이 지긋지긋한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나였지만,


어떤 날은 남편과 사소한 다툼을 하면

문득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럴 때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툴툴거리며 투정을 부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모순을 느꼈지만,

곧 상담가의 말이 떠올랐다.


“가족이 그리울 때 가는 건 괜찮아요.

다만, ‘해야 해서’ 가는 건 달라요.”


그 말이 문득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가끔 엄마 집에 들르면

예전엔 당연히 내가 하던 설거지를

이제는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낯설다가도,

좋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불편하기도 했다.


가족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 또한 달라졌음을 인지하며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전과는 변한 관계에

'엄마, 아빠, 동생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제는 내 중심의 삶을 살아가자'라는

마음가짐을 한 번씩 다시 해주곤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처들이 있었고,

나는 그 상처들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날은 무거웠고,

어느 날은 모든 게 헷갈렸다.


이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풀어야 할지,

부정적으로 풀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멈춰 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늪에서 빠져나오면

나는 같은 결론에 닿았다.


그동안 내가 꽁꽁 숨겨놓았던 건

가족들의 마음이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를 맨 처음 시작할 때

‘사랑받기 위해서였던 나날’이라고

제목을 붙였던 이유를

이제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엔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누구 나의 이야기였다는 것.


이제서야,

사랑받고 싶었던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마주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사랑받기 위해서였던 나날 중>, 昀[햇빛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