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 시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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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시:강은교 시인/사랑법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읽는 시詩 - 강은교 시인의 시, 사랑법을 소개합니다 인간의 허무 의식에서 출발한 시인의 사랑법은 침묵이다.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나면서 목숨이 있는 모든 사물들의 양면성을 실눈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이미 몇 번의 삶을 살았을 법한 윤회의 삶을 거쳐오면서 예감을 통해 선험적인 삶의 허무를 체험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과정에서 인간은 누구든 근원적 결핍감, 존재론적 비애감을 늘 느끼며 살아간다. 존재와 무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뿐, 다만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하라고 한다.
인간의 삶은 결국 무(無)로 돌아가고, 꽃이 피고 지는 순간처럼 슬픈 것이지만, 인간은 두려움, 불안, 슬픔을 넘고자 한다. 이 세상은 고독과 슬픔으로 가득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미래에 대해서도 추억일 뿐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꽃과 하늘과 무덤, 즉 삶과 신과 죽음에 대해 실눈으로 관조의 시선을 보낼 뿐이다. 시인은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라고 한다. 다만 실눈을 뜨고 침묵하라고 한다.
그 침묵 속에서 슬픔이 무엇이고 무상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삶의 의지가 살아나게 된다. 슬픔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희망이나 자유가 소중한 것이다. 우리 등 뒤엔 언제나 가장 큰 하늘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홀로 떠나고 홀로 잠드는 자들을 실눈으로 관조하라 한다.-김승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