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중구 수치가 300
C-line을 통해 항암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 가지 종류의 약물이 투여됐고, 약에 따라 입안에 고약한 냄새와 쓴맛이 올라왔다.
항암 4일째 되던 날, 피검사 결과 호중구 수치가 400까지 떨어졌다.
나는 곧바로 무균실로 옮겨졌다.
전날 떡볶이를 먹고 토했지만, 그날 아침까지도 컨디션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내 몸이 무균실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무균실로의 이송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책 한 권, 핸드폰, 속옷까지 바깥에서 사용하던 모든 물건은 소독 과정을 거쳐야 했고,
쉽게 열리지 않도록 이중으로 잠긴 문을 지나 도착한 무균실은
어릴 적 '괴물'이라는 영화에서 본 격리 구역처럼, 투명한 커튼과 벽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신선하다 못해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맴돌았고, 발을 들이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무균실 내부는 바깥 병동과는 확연히 달랐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맨 방호복 차림이었고,
1인실에 자리가 없어 배정된 3인실엔 이미 두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과 속눈썹까지 빠져나간 얼굴들.
그 모습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공포로 다가왔다.
흰 유리막 속, 차가운 공기, 멸균 가운에 싸인 의료진, 말없이 누워 있는 환자들.
그 안에 있는 나는, 마치 살아 있는 실험체 같았다.
바깥에서 사용하던 소지품은 모두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소독을 마친 뒤 안으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내 몸엔 여전히 외부균이 남아 있을 수 있었기에 중심정맥관은 잠시 막아둔 채
그 위에 방수 테이프를 붙이고 샤워를 해야 했다.
병원에 온 뒤, 3주 만에 처음으로 하는 샤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