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정맥관 삽입술
항암치료의 시작, 살을 찢는 첫 관문
그렇게 일반 병실에서 하루가 지나고,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앞두고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기 위해 병원 본관 시술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중심정맥관’은 심장 가까이에 위치한 중심정맥(보통 쇄골하정맥, 내경정맥, 대퇴정맥 등)에
특수한 관을 삽입해 장기적인 약물 투여가 가능하도록 돕는 장치다.
어린아이는 전신마취로, 성인은 대부분 국소마취로 시술을 받는다고 들었다.
나 역시 국소마취 상태에서 시술을 받았다.
간단한 처치일 줄 알았지만, 막상 들어간 시술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곳은 수술실처럼 차가운 공기와 낯선 의료 장비로 가득했다.
이송용 침대에서 시술용 침대로 옮겨 눕자,
머리 위로 여러 겹의 초록색 수술포가 내려앉았다.
시술실 앞까지 따라온 어머니께
“잘 다녀올게요.”라며 손을 흔들었지만,
16살이였던 내게
가려져있는 눈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과 퍼지는 소독약 냄새는
충분히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때, 낯설던 공기 속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을 해주셨던 담당 의사 선생님이었다.
어머니 친구의 동생이기도 했던 그는
다시 인연이 닿아 이 시술도 맡게 되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깨를 감싸는 손길과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시술은 곧 시작되었다.
오른쪽 윗가슴을 넓게 소독한 뒤
국소마취 주사가 들어왔다.
피부를 뚫는 바늘도 아팠지만,
마취약이 퍼져나가며 가슴 안쪽을 짓누르는 고통은
훨씬 더 깊고 날카로웠다.
초음파 기계를 보며 바늘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그 움직임이 고스란히 몸 안에서 느껴졌다.
처음 피부를 뚫고 들어온 주사보다도,
몸속에서 움직이는 바늘이 훨씬 끔찍했다.
정맥에 바늘이 제대로 들어가자
그 자리를 따라 더 굵은 관이 삽입되었다.
피부를 찢고 들어오는 관의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고통이 너무 강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모든 감각은 오로지 고통 하나로만 덮였다.
20분쯤 지났을까 살갗을 꿰매는 바늘의 움직임과 함께 시술이 끝났다.
30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온몸의 맥이 빠져나간 듯한 탈진을 느꼈다.
방금 삽입된 중심정맥관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해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이 밀려왔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이송용 배드에 실려 병실로 향했다.
하지만 병실에 들어가기 전,
기흉이 생기진 않았는지
또 관이 정맥을 제대로 따라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X-ray 촬영이 필요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 막히는 고통에
“나중에 찍으면 안 될까요...”
애원하듯 물었지만
방사선사 선생님은 단호했다.
“지금 확인해야 합니다.
폐에 바람이 들어갔는지 즉시 봐야 해요.”
이송요원과 방사선사의 도움으로
나는 침대째 들어 올려져
X-ray 촬영대에 누웠다.
그렇게 촬영을 마친 후에야
겨우 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