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맞은편의 얼굴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처럼
나올 때에도
이송요원의 도움을 받아
침상에 누운 채 이동했다.
천장을 바라본 채로
복도를 지나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몇 차례 문을 통과해
도착한 곳은 4인실 병실이었다.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입원 중이었고,
운 좋게 창가 쪽 자리를 배정받았다.
아직은 한겨울이었지만
환기를 위해 살짝 열어둔 창틈 사이로
꽤 따뜻한 햇볕이 스며들었다.
햇볕과 함께 들어온 겨울바람은
차가운 기운보다는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줬다.
병실에 앉아 느끼는
바람과, 햇빛, 기분은
썩 괜찮았다.
보통은
0세부터 만 19세 미만까지는 소아병동,
그 이상은 성인병동으로 배정된다.
하지만 당시 만 16세였던 나는
암세포가 기관지까지 전이되어
오늘, 내일을 알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소아병동이 아닌
성인병동으로 바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게 성인병동에 들어오게 된 부모님은
병원생활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태였다.
그때 내 병상 건너편에 있던
한 아이의 어머니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셨다.
그 아이는 나보다 두 살 어렸고,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은 상태였다.
원래는 소아병동에 입원 중이었지만
소아병동에 남아 있는 병상이 없어
잠시 성인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참 우연인지, 필연인지.
기나긴 병원생활 동안
마주칠 일 없었을 인연인데,
그날의 만남 덕분에
지금까지도 어머니들끼리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간병 선배로서
필요한 물품, 병원생활의 흐름 등
모르는 점들을 차근차근 알려주셨고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들은
자신의 것을 나눠주기도 하셨다.
그렇게 분주한 어른들을 뒤로 한채
나는 병상에 앉아
맞은편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덥수룩한 머리, 빵빵한 볼살.
기운이 없거나 지쳐 있는 기색은 전혀 없고
노트북으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암환자라기보다는
그냥 잘 먹는 나일롱 환자 같았다.
게임에 몰두하던 아이에게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와
“오늘 아침 체중이 몇이에요?” 하고 물었고,
어머니는 “56kg이에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이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무슨 56야.
51이거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70은 넘겠는데… 무슨 50키로람.’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안에 마련된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마친 뒤
손을 씻으려고 세면대로 향했는데,
거울 속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코를 덮을 만큼 빵빵하게 부어 있는 얼굴.
영락없이 건너편 아이의 모습과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