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로 전이 된 암세포는
3박 4일, 달콤하고도 짧았던 시간이 금세 지나고 다시 항암을 위해 병원으로 돌아왔다.
먼저 외과에 들러 명치부터 배꼽까지 15cm 개복했던 수술 부위의 실밥을 제거했다. 2주 동안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던 실밥이 빠져나가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배를 당기던 통증도 크게 줄었다. 자세는 여전히 구부정했고 바로 서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다음은 비뇨기과. 교수님께 진료를 받고 며칠분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마지막은 혈액종양내과였다. 원래라면 항암 사이클 중간에 충분한 휴식이 주어졌겠지만, 수술 때문에 나는 오래 쉬지도 못하고 바로 다음 사이클로 들어가야 했다.
오래 쉬지 못했다 해서 아쉽거나 서운하지는 않았다. 지난 시간 힘들었던 건 항암 그 자체라기보다 각종 검사와 시술, 수술등으로 인한 고통이 컸기 때문에 여기서 더 쉬는 것보단 하루라도 빨리 항암을 진행해 이 병원 생활을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교수님은 지난 항암의 경과가 아주 좋다고 하셨다. 처음 길병원 응급실에 왔을 땐 골수는 물론이고 기관지까지 퍼져 있던 암세포가 이제는 X-ray와 CT, 골수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현미경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숨어 있는 세포들이 여전히 있을 수 있기에 치료는 계속해야 했다.
얼마나 더 해야 하냐는 내 질문에 교수님은 고개를 저었다.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진행해야 하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젊다는 것, 약물 효과가 좋다는 말에 내심 희망을 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세 과의 외래를 모두 마치고 다시 8층 혈액종양내과 병동으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4인실 벽 쪽 자리였다. 반가운 간호사 선생님과 환자들이 있었고, 또 처음 보는 환자분들도 계셨다.
두 번째 입원이지만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부모님도, 나도 병원 생활에 훨씬 익숙해져 있었다. 필요한 짐을 더 알맞게 챙겨 왔고, 가지고 온 짐 정리도 능숙하게 했다.
3일 만에 돌아온 병동은 집에서 보낸 고요한 밤과 달리, 다른 환자들의 기침소리와 뒤척이며 나는 불빛과 의료진의 발소리 같은 소음들이 들려왔지만 낯설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익숙한 소리였다.
아침부터 여러 과를 오가며 지친 탓이었을까. 그날 저녁, 나는 일찍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