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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나를 반겨준 집은

이토록 보통의

by 선옥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집은 변함없이 그대로였지만, 나 자신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문을 열고 2층 주택으로 오르는 계단은 예전보다 훨씬 가파르게만 느껴졌다. 아버지의 부축을 받아 몇 계단 오르자 다리에 힘이 풀렸고, 숨이 차올라 잠시 쉬었다가 걸어야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집안 거실은 오후의 햇살이 가득 스며들며 따뜻한 온기로 나를 맞아주었다. 가구도, 가전도, 집안의 구조도 그대로였지만 모든 것이 새것처럼 반짝였다. 면역력이 떨어진 나를 위해 부모님이 며칠 전부터 구석구석 청소하고, 화장실 타일부터 벽지까지 새로 단장했으며, 침구도 새것으로 바꾸어 두신 덕분이었다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바닥난 체력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친 몸을 침대에 눕혔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 대신 익숙한 집 냄새가 감싸왔고, 의료진의 분주한 발소리 대신 문 너머로 들려오는 부모님의 대화가 들렸다. 그날 집이 준 포근함은, 아마 어디에서도 다시는 느낄 수 없을 따뜻함일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깊이 잘 거라는 기대와 달리, 이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금세 깨어났다. 약물로 빵빵해진 볼과 배를 제외하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몸이었으니, 이불조차 버거워 깰 만큼 내 몸은 약해져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방을 나와 거실에 앉았다. TV를 켜놓고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저녁을 기다렸다. 비록 먹을 수 있는 음식에는 여전히 제한이 많았지만, 어머니는 그 안에서도 내가 좋아하고 먹을 수 있는 반찬들로 한상 가득 차려주신 덕에 배가 터질 정도로 밥을 먹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거실에 나와 가족들과 나란히 TV를 보았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 가족들과 나란히 본 TV, 고요히 내려앉은 밤 속의 잠자리.

이토록 소중한 것들을 앞에 두고도, 나는 그동안 보지 못하고 살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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