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으로 한강 건너기

일타강사

예전부터 ‘수영으로 한강을 건너려면 몇 분 안에 완료해야 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나는 어림잡아서 40분 정도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다가 챗지피티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답했다. “이론적으로는 30분 정도면 건널 수 있지만, 안전 요원과 장비가 갖춰진 상황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는 살짝 법률가처럼 답한다. 즉, 답변 내에 무언가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 놓는다.

내가 다시 그에게 묻는다. “만약에 1시간이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19초의 딜레이가 발생된 후에야, 이 질문에 답한다. 답변 내에 고도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나 보다. 답변이 장황하다. 결론의 말미에 충고를 곁들인다. “때로는, 건너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도 지혜입니다.” 장황한 답변 대부분은 생명의 위협에 대한 것이다.

나는 수험생 시절에, 변리사 시험공부도 수영으로 한강 건너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즉, 수영으로 한강을 건너려면 40분 이내에 승부를 내야 하듯, 변리사 시험공부도 2년 이내에 완료한다는 각오로 해야 된다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내 각오대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첫해에는 1차 시험에서 영어라는 게이트키퍼에 발목이 잡혀, 바로 실패했다. 이듬해에 일본어로 변경했고, 일본어 게이트키퍼는 가볍게 넘었다. 그때에는 1년만에 빠그라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항상,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듯, 복병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었다. 삼 년 차에는 상표법이 게이트키퍼였다. 이 년 차에 2차를 응시하면서, 상표법을 처음 공부해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한 달 공부한 결과는 ‘50점’이었다. 그런데, 삼 년 차에는 상표법에서 과락을 맞았다.

계획을 수정했다. 현실적으로 5년 내에 완수하지 못하면, 시험공부를 접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이 불투명할 때 사람들은 지치지만, 끝의 윤곽이 보이면 버티는 힘이 생긴다. 배수진을 친 효과는 충분했다.

수영으로 한강 건너기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진다

처음의 몇 팔 젓기는 힘차고

곧 숨은 가빠진다

삼십 분, 그 시간은

건너편 둔치와 나 사이에 맺은 약속

그 이상은 위험의 다른 이름이다

시험공부도 그렇다

두 해라는 강을 정해놓고

그 안에 건너야 한다는 각오가 없으면

시간은 족쇄가 된다

강을 건너는 일은

강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지켜내는 일이다

나는 지금

수영으로 한강을 건너듯

수험의 강을 건너간다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지 건너편 흙을 밟을 그날만 바라본다

수영으로 한강 건너는 삶의 방식은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너무 목표 지향적이다. 풍광을 볼 여유가 사라진다. 또 다른 문제점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이 방식을 강요하게 된다. 사람들은 각자의 리듬대로 살아가지만, 앞사람이 빨리 걸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의 페이스에 말려든다.

강만 건너는 삶

매일을 강처럼 건너려 하면

숨은 늘 가쁘고

팔은 끝내 떨린다

잠시 떠 있는 시간도 없이

흐름과 싸우다 보면

둔치의 흙냄새는 잊히고

삶은 생존의 물살만 남는다

가끔은 발을 멈추고

하늘을 비치는 강물 위에

등을 띄운다

건너는 삶만이 아니라

머무는 삶이 숨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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