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을 놓고
앞뜰 정원의 무성해진
나무들과 오래간만에 대화를
나눠 보는 그런 날입니다
늘 그렇듯
뿌연 회백색의 창공을
한 겹 까는 비 갠 날
물끄러미 시야에 당신이
들어왔습니다
멀리 아차산 능선에 사는
홀로 나무에게
여기!
여기!
외치며 한 팔 흔들어 보여봅니다
오늘은 왠지
항상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던
나의 홀로 나무 저 홀로 고개 기울여
바람의 손을 잡고서
그동안 등한시한 시간 동안
서운한 마음인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럴지언정 홀로 나무
나와 당신은 버팀목 하나 존재감입니다
은월 2시집
끝내 붉음에 젖다-32-33p
도서출판 문장(02-929-9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