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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빈역에서

by 은월 김혜숙


청회색으로 드리운 앞산

간혹 전깃줄에 애정을 쌓는

까치 한 마리가 전철역 한 정거장

지나서 내리 게 한일일까

.

고적한 역대합실에서

봄이 도사리고 목련과

개나리 지금 막 지고 있는

매화가 창문에 지문처럼

멈춰 있다

.

난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어느 시인의 수필집 한 권을

몇 날 며칠을 반복해 읽어가면서

깨지는 생각과 생각이 타래를

물고 하나씩 문을 열고 나가려고

신발을 신고 준비 중인 이 순간

.

이전역에서 내려야 할

내 영혼이 수필집에 숨었다가

들떠있는 몸을 실어 오빈역에

내려준다

.

대합실에서 뜬금없이 한 사람을

본다 그가 너무 커서 내 작은

생각과 마음이 위축되어

길을 잃어 오빈역에 연고도

없이 내렸다




*오빈역- 경기도 양평군 위치한 양평역 전 역.... 경기 중앙선 전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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