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공동체를 위하여
어떤 조직이 진정으로 성장 가능성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단순히 ‘숫자’로 측정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구성원 수가 증가하고 외형적으로 잘 되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핵심이 숫자에 맞춰질 때, 그 순간부터 균열이 시작된다. 지금은 잠시 부흥하는 듯 보이지만, 그와 같은 성장은 지속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숫자 중심의 조직은 쉽게 목적을 상실하고, 기준과 규율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인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끊임없이 자정 하고, 스스로를 교육하며, 본래의 목적에 맞게 구조를 재편하는 능력이다.
그 대상이 기업이든, 교회이든, 내가 운영하는 학원이든 마찬가지다. 리더는 외형의 성장보다 현재의 구성원들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구성원들은 부품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지닌 인격체다. 그들이 조직의 목적에 참여하며 자발성과 만족을 느끼고 있는가,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책임을 나누고 있는가. 이 질문들이야말로 조직의 건강성을 진단하는 진정한 기준이다.
조직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 기준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성장에는 생명력이 없다. 반면,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불성실하거나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구성원이 이탈하고, 나머지 구성원이 진정성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면, 그것은 쇠퇴가 아니라 정화다. 그 조직은 단단해진 것이다.
학원을 예로 들어보자.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해도, 그중 상당수가 공부에 대한 의지가 없고, 태도에 문제가 있으며, 학부모마저 조급하고 신뢰가 없다면, 그 숫자 증가는 오히려 위협이다. 학원의 분위기는 흐려지고, 선생님의 권위는 무너지고, 본래의 수업과 피드백 시스템은 기능을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수를 줄이더라도, 학원의 색깔과 철학에 맞는 학생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공부에 진지하고, 성실하며, 교사와의 유대 속에서 성장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조직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진정한 학습의 분위기와 공동체의 질서가 유지된다면, 성과는 반드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그런 조직이 사회로부터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결국 ‘잘 돌아가는 조직’을 알아보고, 소문은 자연스레 퍼져 나간다. 좋은 구성원이 찾아오고, 그 안에서 진짜 성장은 시작된다.
조직은 숫자가 아니다. 숫자는 수단일 뿐, 본질은 아니다. 조직의 생명력은 깊이 박힌 뿌리와 분명한 철학, 그리고 구성원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런 조직은 결국 무너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반드시 빛을 발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성장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에서 시작되며, 그것은 반드시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