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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덕이 만든 경제의 봄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으로 본 한국의 회복력

by 신아르케

2025년 10월 2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불과 반년 전인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고금리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의 회복을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사이에 경제 지표는 빠르게 개선되었고, 11월 초에는 4,200선을 넘어섰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지배구조 개혁, 그리고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근본에는 국가에 대한 신뢰 회복이 자리하고 있다.

정권의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의 기업들은 언제나 세계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들은 정치적 격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기술과 혁신으로 K-콘텐츠, K-바이오, K-반도체라는 이름 아래 세계를 선도해왔다. 그러나 이번의 경제 회복은 단순한 산업 경쟁력의 결과를 넘어선다. 그것은 시민과 정부, 그리고 국제사회 간의 신뢰 회복이라는 보이지 않는 토대 위에 세워진 성과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업의 자연스러운 효과는 평화이다.” 그는 상업이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행위가 아니라, 상호 신뢰와 믿음이라는 덕목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문명을 진보시킨다고 보았다. 상업은 폭력과 약탈로 점철된 시대를 끝내고, 교류와 상생의 시대를 여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가 동시에 경고했듯이, 상업이 덕이 아닌 욕망과 탐욕에 기초할 때, 그 문명은 반드시 붕괴의 길을 걷는다. 모든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에서는 윤리와 도덕이 사라지고, 신뢰가 무너지면 화폐와 경제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화폐는 본질적으로 금속 덩어리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그 가치를 믿기 때문에 유통되고, 신뢰가 사라지면 아무 의미도 없다. 이처럼 거대한 세계 경제의 근간은 숫자나 자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신뢰의 덕목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 나라의 경제력은 그 국민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에 달려 있다. 시민이 성실하고 정직하며, 약속을 지키는 사회야말로 최고의 국가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이 관점에서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은 우려스럽다. 강대국의 지위를 이용해 힘의 논리로 무역을 압박하는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가 간 신뢰를 훼손하고, 그 결과 자국 통화의 신용과 도덕적 권위를 약화시킨다. 반면 한국은 정권 교체 이후 정치·외교적 신뢰를 회복하며 주변국으로부터 ‘믿을 수 있는 나라’라는 평가를 다시 얻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외환과 증시는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결국 국가의 부와 경쟁력은 시민의 도덕성과 사회적 신뢰에서 비롯된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고, 거짓보다 진실이 존중되는 사회는 언제나 경제적 회복력 또한 빠르다. 몽테스키외가 예견한 ‘덕에 기초한 상업’이 바로 오늘의 한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신뢰와 도덕의 토대 위에서만 진정한 번영이 자라난다. 그것이 바로 초일류 국가로 가는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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