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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뿌리, 도덕의 붕괴와 신뢰의 상실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이 말하는 경고

by 신아르케

몽테스키외(Charles de Montesquieu, 1689–1755)는 『법의 정신』(1748)에서 국가의 인구 문제를 깊이 다루었다. 그는 한 나라의 인구가 단순히 행정의 노력으로 인위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지리와 기후, 토양의 비옥함, 생활 풍속과 도덕성 등 자연적·도덕적 요인들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보았다. 즉, 인구는 자연의 법칙과 사회의 덕성에 의해 조정되는 유기적 산물이다.

그는 또한 이렇게 경고한다. 어떤 사회든 인구가 적정 수준보다 줄어드는 데에는 제도적 결함 이전에 도덕적 타락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로마의 역사는 그 대표적 사례다. 로마 건국 초기에 시민들은 법과 정의를 중시했고, 노동과 절제를 미덕으로 여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로마는 전쟁과 정복을 통해 노예의 노동에 의존했고, 시민의 덕성은 점점 사라졌다. 노동의 신성함은 경시되고, 사치와 쾌락이 미덕을 대신했다. 조세 제도는 부패하여 지배층의 향락을 위한 도구로 변했고,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게 되었고, 진정한 사랑의 덕목 대신 즉각적인 쾌락을 좇았다. 그 결과,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문명은 쇠퇴했다.

몽테스키외의 통찰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수많은 복지정책과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도덕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고, 거짓과 편법이 통하며, 성실한 사람이 손해 보고 권력자들이 부패할 때,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는다. 그들은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일을 더 이상 “의미 있는 삶의 선택”으로 느끼지 않는다.

물론 제도적 개혁도 중요하다. 주거비와 교육비, 불안정한 일자리, 양육 부담은 실제적인 장벽이다. 그러나 몽테스키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과 제도가 시민의 도덕적 삶과 신뢰의 풍속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정책은 표면적 처방에 그칠 뿐이다. 그는 분명히 말했다. “법은 풍속을 형성하고, 풍속은 다시 법을 지탱한다.”
결국 사회의 질서는 법과 도덕, 제도가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지속 가능하다.

한국 사회는 지금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경제적으로는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윤리와 신뢰의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학교에서 질서와 예절은 사라지고, 자유는 책임 없는 자기 주장으로 오해되고 있다. 노동의 가치는 천시되고, 남녀의 사랑은 쾌락적 소비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풍속이 지속된다면, 한국 사회도 로마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그러나 희망도 있다. 여전히 사회의 곳곳에서 정의와 공정을 회복하려는 시민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부패와 타협하지 않고, 진실과 양심의 편에 서려 한다. 이러한 깨어 있는 시민의 덕성과 신뢰의 회복이야말로 저출산과 문명 쇠퇴의 근원을 치유할 유일한 길이다.



몽테스키외가 말한 것처럼, 상업의 자연스러운 효과는 평화이며, 신뢰는 사회를 지속시키는 가장 큰 덕목이다. 경제의 번영도, 인구의 회복도, 결국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도덕적 사회 위에서만 가능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덕과 신뢰라는 문명의 근본이다. 그것이 진정한 부흥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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