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홈스쿨링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때, 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무렵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으로, 학교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지만, 곧 다가올 입시 중심 교육의 거대한 물결 앞에 서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젊은 아빠로서 나는 한 가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시 나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다. 취미란 본업 이외의 여가 시간에 자발적으로 반복하는 활동으로, 즐거움과 몰입을 동반하며 개인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하이데거는 존재는 도구화되지 않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고 하였는데, 그런 점에서 진정한 취미는 나 자신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드러내는 활동일지도 모른다. 만약 생계를 위한 직업이 취미와 같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장 가까운 일을 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영어 공부 자체를 즐기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내 직업 선택이 젊은 시절의 직관적이고도 지혜로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직 인생의 깊이 있는 취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게임, 당구, 노래방, 영화 감상 같은 활동을 통해 기분 전환을 하곤 했지만, 그런 것들은 피상적인 수준의 오락이었을 뿐 진정한 의미의 취미라 하긴 어려웠다.
나는 문득, 내 인생의 시간을 어떤 취미에 쏟아야 후회가 없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10년 후를 내다보며, 그 긴 시간 동안 게임에 몰두해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게 된다 한들, 그것이 내 삶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자문했다. 경제적, 직업적, 인격적 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나의 정체성과는 무관한 낭비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자녀의 본이 되어야 하는 부모였다. 홈스쿨링을 선택한 이상, 자녀는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고, 부모의 말과 행동,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까지 그대로 보고 배우게 될 것이다. 그 생각에 도달했을 때, 나는 결심했다. 나의 변화가 곧 자녀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나는 나 자신을 갈고닦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독서'를 평생의 취미로 삼기로 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나는 늦깎이 독서가였다. 독서가 즐거워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자녀의 본이 되기 위한 의무감과,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열망이 우선이었다. 나는 독서 훈련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았기에 나만의 독서법을 찾아가는 데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금도 나의 독서 자세를 보면 즐긴다기보다는 치열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나는 소설보다는 철학적이거나 비문학적인 책을 선호하고, 한 장을 읽더라도 나에게 새로운 통찰이나 지적 자극을 주지 않으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에 따르면, 취미는 반복적 훈련을 통해 점진적 성장을 이룰 때 진정한 몰입과 만족을 줄 수 있다. 나는 독서를 통해 그 조건을 충족시키며, 점점 더 깊은 성찰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보를 얻는 데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나만의 관점과 사유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독서는 나에게 있어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 자신을 다듬고 완성해 가는 수련의 길이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10년 전 그 결정은 참으로 탁월했다. 만약 그때 다른 취미를 선택했다면, 지금의 나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내 삶에서 진정한 의미의 취미를 가짐으로써, 자녀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나 자신에게는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확신한다. 좋은 취미는 곧 좋은 삶을 만든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독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