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어릴 때, 도화지에 연필로 우리 동그라미를 그려볼까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꼭 한 명씩 샤프도 돼요? 물어보는 친구가 늘 한 명씩 있었다. 그 옆에 “선생님 저는 볼펜밖에 없는데, 괜찮아요?” 확인받는 친구 한 명 도 꼭 있었다. 선생님이 말한 연필은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여야 하고 , 원통형 몸체, 흑연은 가운데 있어야 했다. 혹시라도 모양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건 연필이 아니었고, 선생님의 말씀과 다르게 행동하는 어린이가 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세상을 하루가 다르게 변해도 아이들의 질문은 늘 한결같다. “선생님, 이거 맞아요?”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도화지에 “요가가 무엇인가 한번 그려볼까?”라고 아이들에게 숙제를 주면, 아이들은 계속 물어본다. “선생님 흰색으로 색칠해도 돼요?” “선생님 왼쪽 끝에 그려요? 위에 그려요? “ “다리 찢는 모습 그려도 돼요?” 어딘가에 답지가 있는 걸까? 아이들은 정해진 답을 찾아 나선다.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내 수업도, 내 멋대로 만든 건데 당연히 정답은 없다. 모든 게 정답이다. 그래서 나도 최대한 수업 시간에 우리 몸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하려고 노력한다. 요가로 춤을 추면 그건 플로우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그건 사바아사나다. 아이들에게 요가 자세란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 일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자신 있게 표현하고, 나를 드러내는 방법을 연습하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물론 세상이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회에서 서로에게 지켜야 하는 정답은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기, 남이 기분 나쁠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어떤 것을 보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때만큼은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건 없다.
친구들이 취업 준비할 때 나는 직업을 찾겠다고 영국 워홀을 떠나고, 남들 결혼, 출산 준비할 때 새로운 꿈을 이루고 싶다며 퇴사하고 대학원을 가기로 했다. 남들이 정한 ‘정답’ 속에서 길을 찾기보다, 내 방식대로 삶을 그려가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계속되는 실패와 왜 이렇게 무난한 길을 두고 힘든 길을 선택할까? 스스로가 불쌍하다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정답을 택하지 않은 덕분에 남들보다 실패를 빠르게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많은 것을 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영국 워홀 덕분에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고, 대학원을 선택한 덕분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정해진 길을 택했으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세계다.
내가 생각한 아이들은 어른보다 자유롭게 본인을 표현하고, 정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러니 아이들이 너무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필보다 살짝 얇은 샤프도 괜찮을까? 남들과 다른 점이 무서워 머뭇거릴 필요 없다. 다 짧아져 버려야 하는 연필 앞에서 샤프는 살아남은 것처럼. 어떤 것이든 자신 있게 본인을 표현하고,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선택하는 모든 길이 결국 각자 만의 멋진 이야기가 될 거니깐.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