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으로 실패한 수영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물이 가슴팍까지만 차올라도 심장이 쿵쿵 튀어나올 것 같고 숨이 멎을 것만 같다.
18살 때까지 부산에 살았던 나는 바다로 자주 놀러 갔는데 어느 날 친구의 장난으로 물에 꼬르륵 하고 빠진 뒤부터 물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튜브 없이 수영장에서 꿀렁이면서 잘 놀고 싶고 인어공주처럼 바다를 휘젓고 다니면 얼마나 멋있어 보일까 싶어 가끔 상상도 한다. 수영장 레일 끝까지 달려가 발로 뻥! 멋지게 턴하고 돌아오는 나 자신을.
물 공포증도 이겨내고 수영도 배워보고 싶다고 늘 생각만 했다.
하루 중 내가 제일 오랜 시간 머물러 있는 일터는 출근시간이 고정적이지 않고 예고 없이 바뀌기도 한다. 다른 직원과 일정을 바꿀 수도 있지만, 바꾸지 못하면 계획했던 일정이 다 틀어져버리는 꼴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계획하는 일은 스스로를 불안하게 할 뿐이다.
틈도 없이 바빠 화장실도 참고 일했던 과거에 비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는 퇴근 때까지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나, 수영을 배우기 위해 내가 낼 수 있는 시간은 출근 전 아침시간이다.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고 지금 당장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 2024년 1월 2일 아침수영을 시작했다. 하루를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는 뿌듯함, 수영을 배울 수 있다는 설렘에 일어나기 힘든 새벽 아침이었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한 수영 첫 날 만난 선생님은 작고 조금 차가워 보였다. 선생님과 하루라도 더 빨리 친해지고 싶었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럴 기회가 없어서 꽤나 아쉬웠다. 다음 날은 수업 시간보다 좀 더 일찍 도착해서 선생님이 준비하는 킥판도 먼저 가져다 놓고 인사도 열심히 하고 말도 먼저 건넸더니 조금씩 웃으셨다.
내 열정과는 달리 수영에 큰 진전은 없었다 스스로 되게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여전히 내 몸은 두려움에 굳어 있었다.
"내일도 꼭 나와요" 매일 아침 출석하는데 큰 도움을 준말이다.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본인보다 큰 내 두 다리를 잡고 첨벙첨벙하느라 꽤 힘들었을 테고 실력이 늘지 않는 더딘 나를 보고 많이 답답도 했을 텐데 말이다.
수영 수업 50분 동안 "먼저 가세요"만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언제는 "먼저 가세요"만 하다가 출근한 적도 있다. 이것 만으로도 뭔 지 모를 뿌듯함에 피곤할 틈도 없었다.
아침 수영을 같이 시작했던 분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부러웠고 나도 언젠간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더 꾸준히 배우고 싶었으나 매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출근시간을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나는 물론, 상대방에게도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여전히 킥판 없이는 물에 뜰 수 없지만, 또다시 수영을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잘하지 못하는 걸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실패, 이렇게나 좋다.
[요마카세] 수요일 : 실패 좋아하세요?
작가 : 지지soak
소개 : 마음껏 실패하며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