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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같이 노는 공을 끝까지 움켜쥐는 아이, 내가 던진 모든 질문에 앞다투어 대답하려는 아이, 매 수업마다 내 옆자리를 어떻게든 차지하려는 아이. 아이들의 욕심이 너무 과한 걸까? 아니면 그 순수한 열정일까?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며 나를 비춰본다. 욕심과 열정은 참으로 한 끗 차이다.


최근 처음으로 지원한 정부 사업 프로그램에 최종 선발되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다고, 하필이면 그날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진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 결국 난 그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


“엄마, 세상은 왜 이렇게 내 맘대로 되지 않을까? 처음으로 된 건데 못 가서 너무 속상해….”

서러움에 울음을 터트렸다.

“네 몸이 두 개도 아니고, 포기하면 되는 거야. 울정도는 아니야.”

엄마 말이 틀린 건 아니지. 그렇지, 내 몸은 두 개가 아니니까.


결국 나는 주최 측에 개인 사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취소하기 직전까지도 망설였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혹시라도 상황이 바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연인에게 이별 메시지를 보내듯, 마지막까지 전송 버튼 앞에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방법은 없었다. 결국 전송을 누르고, 취소를 했다. 그런데 전송 버튼을 누르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어떻게든 두 가지를 다 해보려고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는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니 편해졌다. 엄마 말대로, 하나를 포기하면 끝이었다.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벌였다. 퇴사를 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도 들어가 공부하고 있다. 나는 돈 잘 버는 멋진 여자가 되고 싶고, 운동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선생님이 되고 싶고,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내이자, 내 아이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엄마도 되고 싶으니까. 이렇게 하고 싶은 나를 열정적이라 하지만, 이게 정말 열정일까? 어느 하나 이룬 게 없는 나를 보며 그저 하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 같기도 하다. 정말 한 끗 차이다.


오늘 나는 하나의 선택을 포기했고, 그 포기를 인정하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놓을 줄 아는 연습. 그건 너무 어려웠지만 마음은 분명 가벼워졌다. 사람의 기질이라는 건 멀리 못 간다. 그래서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걸 원할 거다. 그래도 이제는 무엇을 더 붙잡기보다 때로는 기꺼이 손에서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은 원래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어디가 끝일까, 높게 올리면 언젠가는 무너질텐데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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