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둘째는 틀리지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영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둘째는 외향적으로 유독 나를 닮았다. 모든 가족이 언니가 나를 낳았다고 할 정도로 나를 정말 많이 닮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 눈에 둘째가 가장 예쁘고 둘째가 어디서 이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면 평생 우리 가족의 많은 관심을 받을 막내로 자랐을 수도 있는데 셋째의 탄생으로 둘째는 막내 직위에서 밀려 첫째, 막내 사이에 끼어있는 중간이 되었다.
누군가의 동생으로만 살 줄 알았다가, 갑자기 언니가 된 느낌이 어떨까 궁금하다. 첫째는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면 둘째는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세 자매 중 가장 조용하고, 반 친구가 3명밖에 없어 나와야 했던 유치원을 아직도 그리워하고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집에서 엄마랑 노는 걸 가장 좋아한다. 같은 뱃속에 나왔지만 우리 언니와 나의 성격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가운데에 있는 존재답게 둘째는 언니와 동생 사이에 늘 중재자 역할을 한다. 동생과 놀 때는 동생의 연령대에 맞게 놀아주고, 엄마가 없어 우는 막내를 다독여준다. 언니와 단둘이 외출할 때는 언니들 다녀올게 하고 동생에게 외치고 언제 그랬다는 듯 큰언니 행세를 한다.
둘째는 늘 두 세계를 오가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둘째는 비교적 제일 손이 덜 가는 아이라 한다. 둘째는 이미 언니로부터 배운 것과 동생을 돌보며 쌓은 경험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집 둘째도 다른 자매에 비해 챙겨야 할 것 도 적다. 본인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 작은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첫째와 셋째 사이에 끼어 때로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감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다. 둘째가 있는 자리엔 언제나 웃음과 이해, 그리고 따뜻함이 흐른다. 오늘도 언니와 동생, 우리를 한 가족으로 이어 주기 위해 서로를 부른다. 캔유 컴온 플리즈.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