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
말의 신중함을 알리는 속담들이 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모든 화의 근원이 '말'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완전 공감 공감. 말은 모든 일의 시작이다.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려서 시골에서 컸기에, 동네 할머니들께 자주 들었던 말!
"말 많은 집은 장 맛도 쓰다."
집안에 잔말이 많으면 집안 일도 안된다는 뜻으로, 말만 많고 실속 없는 상황에 비유적으로 쓰는 말. 참 많이 들었다.
시골에서는 고추장, 된장 담그는 것은 큰일이라, 책력을 보고 날을 받는다. 날을 '잡는 것'이 아니라 불손한 것이 없는 맑은 '날을 받는다'. 그래서 한 날 한 시에 각자 집에서 장을 담그는데, 같이 농사지은 콩과 고추를 가지고 시작해도, 집집마다 맛이 다 다르다.
장을 담글 때는 묵언수행은 기본값이다. 어려서부터 큰제사를 지낼 때 전을 부쳐도 묵언 수행을 해야 했고, 장 담글 때도 침묵이 기본값이었다. 왜 조용히 해야 하냐고 물으면, 우리 엄마는 이 속담을 들려주셨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단다."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도 장맛이 써지면 안 되니까 하고 입을 꾹 닫고 심부름을 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침묵과 정적, 금기와 경계를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배움의 장이 사라졌다. 귀한 날까지 받아서 만들던 '장'은 마트에서 오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정성을 더하고 마음을 정갈하게 다듬던 고요의 순간들이 순삭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관광지의 체험으로 바뀌었다. 귀한 것들이 소멸되고 값싸져 버린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속담도 사자성어도 이제는 소멸 중이다. 묵직하게 문화의 중심이던 전통이 사라지고, 어른들이 아이들 말 배우기에 급급하다. 예전 동네 할머니들이 보셨다면,
"채신머리없이..."
이렇게 핀잔을 주실 거다.
채신머리가 사라진 시대. 장맛도 사라지고, 도리어 외국인들이 우리 전통의 맛을 찾고 배우려 애쓰는 주객전도의 세상이다.
"말이 씨가 된다."
부정적인 말을 토로하면, 엄마가 해주셨던 말씀. 스스로 두려워 말을 다듬게 만들던 경계의 힘! 그게 우리의 속담이었다. 아니 어른들의 지혜였다. 그런데 속담을 가르치려 하면 미간부터 찌푸린다. 그런 말을 누가 하냐며... 소중한 것들이 증발하고 있어서 참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