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 써보기!
맘이 둥글한데 말이 뾰족할 수 있을까?
말이 둥글둥글한데 맘이 뾰로통할 수 있을까?
신기하다.
말과 맘은 한통속이다.
교언영색이라는 말도 있지만, 참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생활 만렙인 우리 언니도 표정 때문에 감정이 들통나서 걱정이라는데... 어떻게 하면 얼굴빛과 교묘한 말로 상대를 속일까? 고단수이다, 그들은.
나는 하수라 기쁘면 잇몸이 만개하고, 화나면 말보다 얼굴이 더 매콤해진다. 절대 숨길 수 없다. 그래서 말의 온기에 민감한가 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그 말의 온기를 본능적으로 측정한다. 나에게 친밀한 기류인가, 적대시하는 말투인가를 꼭 확인한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졸업 후 반년만에 찾아온 졸업생과 36.5도로 말의 온기를 나누었다. 서로 상대의 온기가 여전한 것에 안도했고, 포근한 언어의 품에 기뻐했다.
"00이 때문에 행복하다."
이렇게 말하려다가, 내 기쁜 맘을 온통 보여주고 싶어서 살짝 맘을 더 보여줬다.
"00이 덕분에 행복하다."
소소한 차이지만, 내 온전한 맘의 온기를 전했다. '~덕분에'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인데 요즘 사람들은 이 말을 아주 아낀다. 좀 여유 있게, 서로 넉넉하게 써주면 좋으련만. 마음이 훈훈해지는 말인데... 시간을 내어 찾아와 준 그 아이의 도움으로 하루가 더 반짝였다. 그러니 이 은혜(?)를 표현해야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개인적인 용무 없이, 오로지 선생님을 만나겠다고 찾아가 본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3년 내내 다니던 학교라도 졸업식이라는 통과의례를 겪고 나면, 그곳은 마음의 선이 그어진다. 달라진 온도와 공기에 교문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해준 00 이가 와줘서 날마다 반복되던 일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니 덕분이 맞다. 이 은혜에 힘을 얻어 지금 반의 아이들에게 더 밝게 웃어줄 수 있었고, 기대되는 다음 주를 이야기해 줄 수 있었다. 서로가
"주말 잘 보내세요~"
덕담을 주고받았다. 잇몸 웃음과 복식 호흡으로. 한 마디에 열 마디 추임새를 넣는, 손 많이 가는 학생도 다독다독해서 하교시켰다.
00 덕분의 나비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