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말-본색 21화

어떤 말로 위로를 전하세요?

'힘내'는 싫어요.

by 나노

몇 해 전인가,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다.


"힘내"


이 말을 들은 아이가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힘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데, 무책임하게 말을 한다면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해주고 싶어서 했던 말인데, 그 말이 도화선처럼 분노 버튼이 되어 버렸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평소에 쓰던 위로의 말이 격한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경험.

그리고 한참을 어떤 의미에서 그 말을 사용했으며, 이 상황에서 무엇에 힘을 내라고 격려한 말이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다. 이렇게 갈가리 찢긴 격려의 마음이 어떤 힘을 북돋을 수 있을까?


"힘내"는 태생의 본뜻을 잃었구나 하며 탄식했다. 그리고 다음에 상담할 때는, 눈치를 보며


"파이팅"


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활짝 웃으면서 지나갔다. 사실 "힘내"는 죄가 없다. 그 말에 입혀진 색과 틀이 사막화된 것이지. 그 뒤로 격려의 말을 할 때 고민이 많아졌다. 파이팅은 잘 싸우자는 말인데... 무슨 전쟁터에 나간 것도 아니고... 정작 나는 그 말이 더 어색하고 민망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아자!"로 순화어를 제안했지만, 이것도 적절한가는 모르겠다. 진짜 힘내는 안 되는 것인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는 되면서!

그리고 자주 하던 말 중에


"잘 될 거야"


이 말도 자체 검증하게 되었다. 잘 될 거라는 기원과 격려도 이제는

"어떻게 알아요? 잘 될지?"

참. 어렵다.

왜 위로와 격려의 말속에 있는 본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말의 꼬리만 묻는 것일까? 참...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당연한 것인가? 그래도 너무 어렵다. 영화 '세 얼간이'에서 "All is well"을 보고, 이 긍정의 힘을 참 좋아했었다. 그래서 일상에서 지친 아이들에게 자주 해줬는데... 이제는 뭐라고 하면서 마음을 전해야 할까?


"잘할 거야"


이것도 부담스럽단다.

누군가 상대의 마음에 흡족한 격려의 말을 시시때때로 알려주면 좋겠다. 아니,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생기면 좋겠다. 빙빙 돌면서 변죽만 울리지 말고,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한 번에 딱 들려줄 수 있게! 마음보다 말이 먼저 분석되는 세상이다.

말을 더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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