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번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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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좋은 분들을 만나,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1주일에 A4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써서,
현직 작가님과 작가 지망생들이 합평을 하며 글쓰기를 배우는 자리였죠.
재미있어서 글을 썼는데 웬걸 몇 주간 써야 할 글을 일주일도 안 되어 다 써버린 거예요.
다른 분들은 1주일에 하나씩 쓰는 것을 버거워 하시기도 했는데 말이죠.
전 미리 써둔 글을 퇴고만 해서, 매주 진행하는 과정이 끝나자마자 거의 바로 다음날 제출하니,
다들 놀라시곤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
12월 중순에 100번째 글을 남겼죠.
그리고 오늘,
200번째 글을 남깁니다 ^^
어떤 분들은 저에게 글쓰기에 미쳤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기자세요? 라는 글에 남긴 것처럼, 어떻게 그렇게 매일같이 쓰냐는 거죠. 브런치 외에도 책으로 내놓기 위한 글까지 쓰고 말이죠.
그러게요.
저도 어떨 때 보면 제가 조금 미친 것 같기도 해요.
어렸을 때 술 퍼마시고 종점에 내려서 지갑까지 잃어버린 후로,
정신 차리고 지하철을 지나쳐서 내린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바빠서 정신없을 때 반대로 가는 차를 탄 적은 있어요 ;;)
그런데, 최근에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릴 곳을 지나쳐서 돌아온 적이 두 번 있었어요.
한 번은 글이 잘 써지길래 새벽 첫 버스가 올 시간까지 글을 쓰고 퇴고를 했었죠.
잠깐 자고 출근하니 너무 피곤한 거예요.
옛날에 여친이 새벽에 부르면 튀어가서 같이 있다가 집에 와서 잠깐 눈 붙이고 출근했던 것처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런 열정을 갑자기 불태우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지하철에 앉았는데 꾸벅꾸벅 졸다가 역을 지나쳐서 돌아왔죠.
두 번째는 보통 퇴근하고 집에 가며 휴대폰으로 제 글을 쓰다가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는데, 그날따라 푹 빠졌어요.
어느 순간 느낌이 쐬해서 봤더니 익숙한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죠.
내려야 할 역을 이미 지나치고 있는 순간이었지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안내 방송마저 제대로 못 듣고 있었다니.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었나 봅니다.
이미 늦었네 뭐.
그나마 한 정거장 차이니까 다행이었죠.
돌아오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글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나면, 그냥 글을 썼어요.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가 일어나면 그냥 훈련 스케줄에 맞춰서 연습하고 운동한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훈련만 한다는 말이 와 닿았죠.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 선수가,
"그런데, 그렇게 매일 같이 공만 차고 있으면 지겹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몰라요. 그냥 공 차는 게 제일 재밌어요. 잘차면 칭찬 받고, 인정까지 받구요.
저는 다른 건 모르고, 밥 먹고 잘 때 빼곤 공만 차고 공 잘 차는 생각만 해요."
라고 답했다고 하죠.
제가 좋아하는 반 고흐 형님도 밥만 먹고 그림만 그렸죠.
정신병원에 들어가서도 그림을 그리다,
그 유명한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같은 작품을 남기셨죠.
'맞아. 뭔가 제대로 하려면 저 정도의 몰입을, 장기간 하는 건 필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정도 하다 보면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고,
더 잘하려고 자연스레 노력하고 배우게 되죠.
그걸 믿고, 200개의 글을 쓰는 동안, 8개의 매거진과 7개의 브런치 북을 발간했습니다.
브런치에 사진 하나 올리는 걸 못해서 버벅대고, 글 구분선조차도 몰라서 물어 물어 하던 인간이 말이죠. ㅎㅎ
저도 다른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작가님이나 독자님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구독도 해주셔서,
365분이 넘는 구독자분들을 보며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365일 매일 글 쓰라는 하늘의 계시인가요? ^^)
그러다 보니, 다음 메인 등에 걸리면서 만 단위 조회수를 기록한 글들도 나오고,
'구독자 급등 작가', '오늘의 작가'까지 되어 보았죠.
하루에 만 단위의 조회수를 처음 기록했을 때는 이게 조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늘 위를 붕붕 떠 다니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몇 번 해보니, 이런다고 유튜브처럼 돈 버는 것도 아니고, 조금은 익숙해졌죠.
더군다나, 카카오 다음에서 작가들에게 돈은 못 주니, 의욕 관리차원에서 초반에 메인에 올려준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아, 매거진에서 30개의 글을 모으면 공지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글을 내려 받을 수 있고, 부크크라는 연계된 출판 홈페이지에 가서 브런치 작가용 출판 프로세스를 진행이 가능합니다. 나름 혜택이라면 혜택이지요. 브런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신 작가님들에게 드리는 하나의 팁입니다. 제 경우 매거진에 30개의 글이 되기 전에, 신나서 브런치 북으로 엮다 보니 뒤늦게 알았어요 ^^;
그러던 차에, 구독자 분들이 늘어나면서, 몇 분이 저에게 새로운 기회에 도전해 보라고 말씀을 주셔서 그리했죠.
제 글을 쭉 읽어 와 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잖아요 ^^
그랬더니, 덜컥 한 문예지의 신인상에 당선이 되어 등단 작가까지 되어 버렸어요.
대문 사진에 걸어둔 사진에 익숙한 제 필명이 보이실 거예요.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44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77
얼마 전 말씀드린 것처럼, 한 출판사에서 투고한 글이 책으로 나와서 출간작가가 되기도 했구요.
다른 기회들도 보여서 꾸준히 좋은 글을 쓰고 모아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 저를 만나도 응원 부탁 드려요 ^^
저도 다른 작가님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문예지 신인상 명단에서 익숙한 사진을 보았는데, 브런치에서 함께 글을 쓰고 읽는 작가 분이셨어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ㅎ
200개의 글을 쓰고, 2000개의 글도 꾸준히 쓰면 쓰겠는 걸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치고 생각이 안 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쓸려구요.
문인 등단하고, 출간 작가가 되니, 제안이 오기도 해서, 앞으로 이전처럼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4월 초까지는 불러주시는 곳도 있어서 더 그럴 듯 합니다. 아쉬우면서도 행복한 고민입니다.
어떤 작가님은 5000 개의 글을 쓰신 분도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제가 죽기 전까지 그 분의 글을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였죠.
어떤 분은 구독자가 만 명이 넘었어요.
브런치 대상 수상 작가 셔서 그런 것 같았어요.
저도 혹시 브런치 대상 작가나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면 그렇게 되려나요?
글이야 제가 그냥 쓰면 되지만,
구독자님 숫자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해보렵니다. ^^
등단 소식을 알리니, 등단하신 기성 문인 작가님이 저에게,
"문단을 이끄는 큰 작가가 되세요."
라는 덕담을 해주셨어요.
허허, 평범한 회사원이,
문예창작과를 나와서, 글로 밥 먹고 사시는 분들도 하기 힘든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 일단 한번 해보는 거죠 뭐.
앞으로는 브런치에 맞는 짧은 글과 함께,
책을 내기 위한 전단계 수준의 조금은 긴 글도 게재해 볼까 합니다.
어쩌다 시작한 연애 수필도 잘 마무리 해보고,
(에피소드는 몇개 써두었는데, 연결이 잘 안되서 구상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데 고민 중이예요. 안되면 에피소드 별로 그냥 올려야 겠어요 ㅎㅎ 기다리시는 분들이 제법 있으시더라구요.)
사회 문제를 다룬 진지한 소설도 구상하고 쓰던 내용을 좀 더 발전시키며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생각해 보면, 사진에세이나, 맛집탐방,
음악이야기
(상디 - 이상 DJ 별명도 생기고 - 만화 원피스의 요리사 상디 아닙니다 )
서평, 스포츠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
그냥 한번 써볼까에서 시작한 것들이 많습니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다행이구요.
심지어 맛집은 나중에 가시려고 메모해 두신 분까지 있으셔서 놀랐습니다. 글 쓰는 보람이 있습니다 ^^
좋은 글을 쓰려고 꾸준히 노력하라.
600개의 글을 써서, 60개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는 한 작가님의 조언을 기억합니다.
300번째 글을 남길 때는, 또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나 있을까요? 앞으로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갈 테니,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
제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자기소개와 책방까지 책이 입고 완료되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책과 이력을 쓸 수 있을까요. 아직 책을 내지 않으신 작가님들도 책을 내시고 브런치 책방에 입고하실 날을 응원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기대되는 날. 더욱이 편안한 일요일이라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