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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19. 2023

오늘도 써 내려갑니다.

200번째 만남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63


작년 10월에 좋은 분들을 만나,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1주일에 A4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써서,

현직 작가님과 작가 지망생들이 합평을 하며 글쓰기를 배우는 자리였죠.


재미있어서 글을 썼는데 웬걸 몇 주간 써야 할 글을 일주일도 안 되어 다 써버린 거예요.

다른 분들은 1주일에 하나씩 쓰는 것을 버거워 하시기도 했는데 말이죠.


전 미리 써둔 글을 퇴고만 해서, 매주 진행하는 과정이 끝나자마자 거의 바로 다음날 제출하니,

다들 놀라시곤 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

12월 중순에 100번째 글을 남겼죠.


그리고 오늘,

200번째 글을 남깁니다 ^^


어떤 분들은 저에게 글쓰기에 미쳤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기자세요? 라는 글에 남긴 것처럼, 어떻게 그렇게 매일같이 쓰냐는 거죠. 브런치 외에도 책으로 내놓기 위한 글까지 쓰고 말이죠.


그러게요.

저도 어떨 때 보면 제가 조금 미친 것 같기도 해요.


어렸을 때 술 퍼마시고 종점에 내려서 지갑까지 잃어버린 후로,

정신 차리고 지하철을 지나쳐서 내린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바빠서 정신없을 때 반대로 가는 차를 탄 적은 있어요 ;;)


그런데, 최근에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릴 곳을 지나쳐서 돌아온 적이 두 번 있었어요.


한 번은 글이 잘 써지길래 새벽 첫 버스가 올 시간까지 글을 쓰고 퇴고를 했었죠.

잠깐 자고 출근하니 너무 피곤한 거예요.


옛날에 여친이 새벽에 부르면 튀어가서 같이 있다가 집에 와서 잠깐 눈 붙이고 출근했던 것처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런 열정을 갑자기 불태우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지하철에 앉았는데 꾸벅꾸벅 졸다가 역을 지나쳐서 돌아왔죠.


두 번째는 보통 퇴근하고 집에 가며 휴대폰으로 제 글을 쓰다가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는데, 그날따라 푹 빠졌어요.

어느 순간 느낌이 쐬해서 봤더니 익숙한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죠.


내려야 할 역을 이미 지나치고 있는 순간이었지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안내 방송마저 제대로 못 듣고 있었다니.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었나 봅니다.


이미 늦었네 뭐.


그나마 한 정거장 차이니까 다행이었죠.

돌아오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글을 읽었습니다.


사진 : 네이버 밀크님 블로그




그렇게 생각이 나면, 그냥 글을 썼어요.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가 일어나면 그냥 훈련 스케줄에 맞춰서 연습하고 운동한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훈련만 한다는 말이 와 닿았죠.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 선수가,


"그런데, 그렇게 매일 같이 공만 차고 있으면 지겹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몰라요. 그냥 공 차는 게 제일 재밌어요. 잘차면 칭찬 받고, 인정까지 받구요.

저는 다른 건 모르고, 밥 먹고 잘 때 빼곤 공만 차고 공 잘 차는 생각만 해요."

라고 답했다고 하죠.


제가 좋아하는 반 고흐 형님도 밥만 먹고 그림만 그렸죠.

정신병원에 들어가서도 그림을 그리다,

그 유명한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같은 작품을 남기셨죠.


'맞아. 뭔가 제대로 하려면 저 정도의 몰입을, 장기간 하는 건 필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정도 하다 보면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고,

더 잘하려고 자연스레 노력하고 배우게 되죠.


그걸 믿고, 200개의 글을 쓰는 동안, 8개의 매거진과 7개의 브런치 북을 발간했습니다.


브런치에 사진 하나 올리는 걸 못해서 버벅대고, 글 구분선조차도 몰라서 물어 물어 하던 인간이 말이죠. ㅎㅎ


저도 다른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작가님이나 독자님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구독도 해주셔서,

365분이 넘는 구독자분들을 보며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365일 매일 글 쓰라는 하늘의 계시인가요? ^^)


그러다 보니, 다음 메인 등에 걸리면서 만 단위 조회수를 기록한 글들도 나오고,

'구독자 급등 작가', '오늘의 작가'까지 되어 보았죠.


하루에 만 단위의 조회수를 처음 기록했을 때는 이게 조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늘 위를 붕붕 떠 다니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몇 번 해보니, 이런다고 유튜브처럼 돈 버는 것도 아니고, 조금은 익숙해졌죠.

더군다나, 카카오 다음에서 작가들에게 돈은 못 주니, 의욕 관리차원에서 초반에 메인에 올려준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아, 매거진에서 30개의 글을 모으면 공지가 오더라구요. 그래서, 글을 내려 받을 수 있고, 부크크라는 연계된 출판 홈페이지에 가서 브런치 작가용 출판 프로세스를 진행이 가능합니다. 나름 혜택이라면 혜택이지요. 브런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신 작가님들에게 드리는 하나의 팁입니다. 제 경우 매거진에 30개의 글이 되기 전에, 신나서 브런치 북으로 엮다 보니 뒤늦게 알았어요 ^^;


그러던 차에, 구독자 분들이 늘어나면서, 몇 분이 저에게 새로운 기회에 도전해 보라고 말씀을 주셔서 그리했죠.

제 글을 쭉 읽어 와 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잖아요 ^^


그랬더니, 덜컥 한 문예지의 신인상에 당선이 되어 등단 작가까지 되어 버렸어요.

대문 사진에 걸어둔 사진에 익숙한 제 필명이 보이실 거예요.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44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77




얼마 전 말씀드린 것처럼, 한 출판사에서 투고한 글이 책으로 나와서 출간작가가 되기도 했구요.


다른 기회들도 보여서 꾸준히 좋은 글을 쓰고 모아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 저를 만나도 응원 부탁 드려요 ^^


저도 다른 작가님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문예지 신인상 명단에서 익숙한 사진을 보았는데, 브런치에서 함께 글을 쓰고 읽는 작가 분이셨어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ㅎ


200개의 글을 쓰고, 2000개의 글도 꾸준히 쓰면 쓰겠는 걸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치고 생각이 안 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쓸려구요.


문인 등단하고, 출간 작가가 되니, 제안이 오기도 해서, 앞으로 이전처럼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4월 초까지는 불러주시는 곳도 있어서 더 그럴 듯 합니다. 아쉬우면서도 행복한 고민입니다.


어떤 작가님은 5000 개의 글을 쓰신 분도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제가 죽기 전까지 그 분의 글을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였죠.


어떤 분은 구독자가 만 명이 넘었어요.

브런치 대상 수상 작가 셔서 그런 것 같았어요.


저도 혹시 브런치 대상 작가나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면 그렇게 되려나요?

글이야 제가 그냥 쓰면 되지만,

구독자님 숫자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해보렵니다. ^^


등단 소식을 알리니, 등단하신 기성 문인 작가님이 저에게,


"문단을 이끄는 큰 작가가 되세요."

라는 덕담을 해주셨어요.


허허, 평범한 회사원이,

문예창작과를 나와서, 글로 밥 먹고 사시는 분들도 하기 힘든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 일단 한번 해보는 거죠 뭐.


앞으로는 브런치에 맞는 짧은 글과 함께,

책을 내기 위한 전단계 수준의 조금은 긴 글도 게재해 볼까 합니다.


어쩌다 시작한 연애 수필도 잘 마무리 해보고,

(에피소드는 몇개 써두었는데, 연결이 잘 안되서 구상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데 고민 중이예요. 안되면 에피소드 별로 그냥 올려야 겠어요 ㅎㅎ 기다리시는 분들이 제법 있으시더라구요.)


사회 문제를 다룬 진지한 소설도 구상하고 쓰던 내용을 좀 더 발전시키며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생각해 보면, 사진에세이나, 맛집탐방,

음악이야기

(상디 - 이상 DJ 별명도 생기고 - 만화 원피스의 요리사 상디 아닙니다 )


서평, 스포츠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

그냥 한번 써볼까에서 시작한 것들이 많습니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다행이구요.

심지어 맛집은 나중에 가시려고 메모해 두신 분까지 있으셔서 놀랐습니다. 글 쓰는 보람이 있습니다 ^^


좋은 글을 쓰려고 꾸준히 노력하라.

600개의 글을 써서, 60개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는 한 작가님의 조언을 기억합니다.


300번째 글을 남길 때는, 또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나 있을까요? 앞으로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갈 테니,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


제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자기소개와 책방까지 책이 입고 완료되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책과 이력을 쓸 수 있을까요. 아직 책을 내지 않으신 작가님들도 책을 내시고 브런치 책방에 입고하실 날을 응원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기대되는 날. 더욱이 편안한 일요일이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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