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어쩌면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데, 깨어 일어나서 씻고 나가서,
하루 종일 이리저리 치이고, 눈칫밥 먹고,
저녁에 야근 피로에 쩔어 회식으로 속까지 뒤집어 놓는 일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 그렇게 지옥 같은 곳에 왜 다니고 버티냐고 물으면,
“죽지 못해 다닌다.”
“약으로 버틴다.”
“당장 생활비가 끊기면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라고 답하기도 한다.
남의 돈 받고, 남의 밑에서 시키는 일 하고 평가받고 관리받는 기본 속성이 직장이라, 사실 너무 행복해서 미치겠다 하는 사람은 소수일 거다.
(월급을 지금보다 0 하나 더 붙여서 받으면 그러려나? 진정으로 자아실현하고 계신 분들 존경합니다.)
그래서 오래 다니려면 긍정 마인드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에게 반문하곤 한다.
“누가 등 떠밀어서 그 회사에 들어갔느냐“
아니다. 내가 원서 쓰고 면접 보고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고 들어왔다. 일하고 돈 벌겠다고 들어온 거다.
일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논하는 것은 너무 거창하고 일이 커진다.
”일하기 싫거나 하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는 말은,
“무노동 무임금”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는 말 앞에 무기력하다.
나는 뼈 빠지게 고생하고 힘들게 일해서 돈 벌어서 밥 먹고 사는데, 왜 내가 세금 내서 일 안 하고 있는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냐는 논리다.
사회 공동체의 연대.
말은 좋은데, 쉽지 않은 이야기다.
대문사진은 유럽에 출장 가서 찍은 사진이다.
한 소도시였는데 과연 내 돈 내고, 시간 내서 여기까지 올까 싶은 곳이었는데, 막상 출장으로 와보니 평화롭고 좋았다.
글의 첫 번째 사진은 출근하며 지하철에서 한강을 보면서 찍은 사진이다.
말만 회사 다니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정신 승리에 다름 아닌 말만은 못 하겠고,
이 아침 한강을 보면서,
‘과연 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부러 이런 풍경을 보러 다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저녁형 인간으로, 주말이면 10시 넘어서 일어나는 나를 잘 알기에 무리인 것 같다.
출장으로 간 유럽 도시에서 본, 눈 오는 풍경이다.
여유 있는 도시, 성당이 아름답다.
남들은 자기 돈 내고 비행기 타고, 호텔 예약해서 다닌다는데, 난 월급 받고 일하면서 경험 쌓고,
남는 시간에 이런 풍경을 보는 호사를 누린다.
(그만큼 가치 창출하고 기여해야 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배우는 것도 있고 보람 있을 때가 많다.)
출장이니 밥값 지원은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내 돈 내고 만 원짜리 밥 사 먹으며 끼니 때우다, 좀 더 값나는 것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좋다.
남들은 1년에 한두 번은 무조건 해외여행 가야 한다고, 그 여행 계획 짜고 설레며 하루하루 버틴다던데,
난 비행기 타기 싫을 정도로 매달 해외 출장 가서 좋다.
큰 월급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십수 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월급 늦게 받거나 못 받거나 한 적은 없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침에 속을 잘 비우고, 여유 있게 나와서,
여러 일들도 잘 풀려서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다.
브런치 글도 술술 잘 써진다.
사장님이 내가 이런 글을 쓴 걸 아셔야 할 텐데.
꼭 인생은, 내가 회사 욕 할 때 사장님이 보신다.
이럴 땐 안 보고.
브런치에서 주경 작가님이,
“행복의 파랑새는 곁에 있다. 멀리서 찾지 말고, 주위에서 찾으라”
는 메시지를 아주 잘 표현해 주신 글이 떠오른다.
금요일은 퇴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풍경 또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