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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ug 03. 2023

젊은 버스 기사님의 애청곡


https://youtu.be/CmTBNA5h5CI


한 번씩 타는 마을버스가 있습니다.


전엔 마을버스를 잘 타지 않았는데 환승이 가능해지면서 자주 애용하고 있지요.


한 곳에 오래 살면서 다니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보통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이 마을버스를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 중엔 굳이 타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하고,

내리시는 분들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 기사님과 손 인사를 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같은 처지의 동료애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예전엔 버스에서 라디오를 켜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삭막해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같은 마을 버스에 탔는데 좋아하는 버스커 장범준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지요.


라디오인가?


했는데, '노래방에서'부터 시작해서,

제가 좋아하는 정류장, 여수 밤바다 그리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니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까지 계속 장범준의 노래가 나왔습니다.


취향이 통해서 반가웠지요.


그래서 앞자리에 앉은 김에, 기사님을 보니 딱 봐도,

저보다 어린 분이었습니다.


저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걸 그렇게 깨닫습니다.


군대 있을 때 대위면 완전히 아저씨였는데,

지금 대위인 친구들을 보면, 10살 이상 어린 동생들입니다.


하긴, 예비군 훈련 받고 치맥 하던 시절도 다 가고,

이젠 민방위에서도 불러주지 않는 나이가 되었으니 그럴 수 밖에요.


마을 버스 기사님도 그렇고,

길에서 청소하는 분들을 보아도,

어렸을 땐 나이 많은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많이 보였는데,

앳된 친구들도 많이 보입니다.


심지어,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아니고,

요구르트 배달하는 어린 여동생들이 카트를 타고 다니는 걸 보면,


제가 나이를 먹은 건지,

요즘은 일자리 문제로 세상이 바뀐 건지

둘 다 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젊은 기사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길을 돌며 얼마나 지루할까요?


좋아하는 노래라도 들으면서 저렇게 운전을 하는 것일까요?


이 노래를 좋아하는 걸 보니, 감성도 있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좀 불러 본 친구 같네요.


저처럼 노래방에서 여자친구를 위해 세레나데를 불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걷고,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하며 장범준의 노래를 듣기도 하는 제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서로 잘 알지 못하지만,

같은 노래를 좋아하며 한 번씩 마주치는 기사님.


다음엔 더운 날 드시라고 음료수라도 하나 건넬 참입니다.


모두 좋은 노래 들으시면서 건강한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나는 사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연구했지


여러 가지 상황의 수를 계산 해 봤지


그땐 내가 좀 못 생겨서 흑흑


니가 좋아하는 노랠 알아내는 것은 필수


가성이 많이 들어가서 마이크 조절이


굉장히 조심스러웠었지


그렇게 노래방으로 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랠해


무심한 척 준비안한 척 노랠 불렀네 어어


그렇게 내가 노랠 부른뒤 그녀의 반응을 상상하고


좀더 잘 불러볼걸 노랠 흥얼 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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