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균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52
인생은 참 재미있습니다.
지난 번엔 저보다 어린, 젊은 마을 버스 남자 기사님을 보았는데,
이번엔 20대 젊은 여성분이 마을 버스를 몰고 있었지요.
영화에서 나오는 같은 버스를 타는 여성분이 아닌, 기사님이셨지요.
사실 피곤해서 환승 카드를 댈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어린 여성 분이 운전자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니 이 노래가 들리는 거예요.
https://youtu.be/GS8qxFkaU5M?si=3bKFvlTPkX_sREDu
잠깐 기다려줄래
지금 데리러 갈게
왜 자꾸 울기만 하니
말해 말해 어디에 있니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를 두고 간 거니
집으로 데려다 줄게
가자 가자 바람이 차가우니까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하동균의 노래였지요.
헛, 뭐지.
하며 기사님을 쳐다 보니, 흰색 후리스를 입고 있는 어린 여성 기사님이 눈에 들어왔지요.
성차별이 많이 없어져서 버스나 택시에서 여성 운전자 분을 본 적은 있었지요. 하지만,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셨어요.
그런데, 이제 대학 졸업하고 사회 생활 시작했을 정도로 보이는 어린 여성 분이 마을버스를 몰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신기했습니다.
더 신기한 건, 또 운전을 무척 안전하게 잘 한다는 거였어요.
어떤 남자 기사님들은 마음만 급하고, 성질 내며 운전하는 걸 보면,
‘참, 운전 못하네.
제발 나 다치게만 하지 말아주세요.‘
하는 생각 할 때와 비교되며 신기하면서도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노래까지 저렇게 듣고 있으니 더 신기했던 거지요.
이 노래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그녀를 사랑해줘요’
라고 말하는 절절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앞에 가져온 도입부도 참 좋고,
사랑하는 여자를 챙겨주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차가운 날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걸을 때 춥다고 떨면 외투를 벗어주는 게 남자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오빤 안 추워?”
라고 물을 때,
“난 괜찮아.”
라고 말하고,
(속으론 얼어 죽을 것 같더라도)
감기 걸린 그녀를 보면,
약과 과일 그리고 건강식을 사줘서 낫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고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런 마음이 진짜 사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름 모르는 당신에게
부탁 하나만 하는데
사랑해 줘요 사랑해 줘요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당신이 나 대신에 가진
나의 그녀를
함부로 다룰 생각 하면 안 돼요
사랑해 줘요
내 마음도 몰라주는 그녀를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니까
나보다 많이 사랑해 줘요
다시는 울리지는 말아요
개인적으로 이 노래에서 가장 절절한 부분은,
‘사랑해 줘요’를 두 번 반복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사랑하고 싶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사랑해 달라며 부탁하는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가슴을 울립니다.
그리고 bridge killing part
‘함부로 다룰 생각 하면 안돼요.’
라며 절정으로 올라가는 부분이 이 노래의 백미이지요.
찬 바람이 부는 날, 울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찾아가 집으로 데려다 주고,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내 마음도 몰라주는 그녀를 사랑해 줘요, 울리지 말아요 라고 하는 마음은 어떨까요.
크흡
나이 먹으면 눈물이 많아 진다더니,
글 쓰다 울 뻔 했습니다.
아마 이 버스 기사 아가씨는,
하동균의 깊은 목소리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가사에서처럼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준 사람을 만난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구요. 아직 만나지 못하셨다면 그런 남자를 기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통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 같습니다.
서로 알지도 못하고,
얼굴을 본 적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지만,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고 생각해 보며,
상대방은 어떤가도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이래서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하나 봅니다.
일어나면 집에만 있지 말고 돌아다니라고들 하시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구요.
신기한 걸 많이 보네요.
저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신기해 보일까요?
최근에 사람들에게 재미를 드린 적이 있는데, 신기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
마지막 인사는 하동균의 다른 노래로 대신할까 합니다.
따스한 한 주 되세요 :)
https://youtu.be/4iYYiTMAxw8?si=a-i8IIR_WkoqbU2J